세월호 참사 후 열번째 봄을 맞았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안산시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을 속절없이 떠나 보낸 뒤 우리 사회는 비탄에 잠겼다. 이후 정부는 “재난 안전은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도 지난해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2022년 10월 ‘이태원 압사 참사’를 겪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초기 대응 실패가 빚은 인재였다. 이처럼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은 고쳐지지 않았다. 재난 방지 및 안전 대비 시스템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라고 자부할 수 있나. 고개를 들 수 없다.
어제 전국 곳곳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대규모 추모 행사가 열렸다. 단원고가 위치한 경기 안산시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식’이 열려 유가족과 여야 지도부 2000여명이 참석했다. 참사 현장인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역에선 선상 추모식이 거행됐다. 참사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데 따른 국가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이날 대법원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 것은 유족들에겐 그나마 위안이 됐을 것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대통령부터 각오가 남달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안타까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심심한 위로의 뜻을 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 추모행사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추모 메시지를 낸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대형 사고가 터져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나라는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 안전불감증 치유야말로 단원고 희생자들에게 진정으로 속죄하는 길이다. 안전 시스템 부재로 국민이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달라진 정부의 대응을 기대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세월호 참사로) 젊은 세대가 지난 10년간 겪었을 트라우마는 사고 그 자체보다도 안타까운 참사 앞에서 둘로 갈라진 대한민국 정치권 때문이었다. 반성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치권이 무책임한 정쟁으로 세월호를 이용하지 않았는지 각성해야 한다. 국민들도 각종 억측과 논란으로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 갈등과 반목을 조장하는 일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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