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총리설’에 혼선도 빚어져
급하고 어려울수록 정도 걸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이관섭 비서실장 후임으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제안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장 의원을 사실상 낙점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윤 대통령과 지난 16일 만찬 회동을 가진 홍준표 대구시장도 ‘장제원 비서실장, 김한길 총리’ 카드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장제원 비서실장’설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르면 오늘 장 의원 발탁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장 의원은 대선 예비후보 때부터 윤 대통령의 지근 거리에서 선거전략을 지휘해 오며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냈고,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 중의 측근이다.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윤 정부 출범 이후 백의종군을 세 번이나 선언할 정도로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장 의원은 퇴행 정치의 상징으로 불리는 ‘윤핵관’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윤 정부 초기 여당 내홍과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다. 장 의원을 발탁할 경우 ‘쇄신인사’ 메시지가 무색해질 것이다. 야당에서는 틀림없이 ‘돌고 돌아 결국 윤핵관이냐’는 비판이 나올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은 총리 인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데 왜 굳이 야당이 반발할 인사를 선택하려고 하는지 의문이다.
최근 대통령실의 총리, 비서실장 인선 작업은 혼선의 연속이다. 그제는 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 공식 라인은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으나,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했다. 비공식 라인은 언론에 흘리고 대변인실은 부인했으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 전 장관과 양 전 원장이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까지 맞물리면서 비선이 인사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이 협치 차원에서 야권 인사를 총리로 검토하는 것은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협치 총리’를 고려했다면 먼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대화를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갑작스러운 보도에 여야 모두 반발했다. 민주당에선 “야권 흔들기 공작정치”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에선 “정체성에 안 맞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식의 인선으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어렵고 급한 때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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