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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례보다 센 ‘학생인권법’ 만들어 ‘대못’ 박겠다는 巨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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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9 23:57:43 수정 : 2024-04-29 23: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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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을 둘러싼 논란이 정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26일 시의회 의결 직후 천막 농성에 돌입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거부권 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농성장을 찾아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및 당선자 여럿이 조 교육감의 회견 현장을 지켰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로 불리는 교육이 특정 진영의 정략적·정파적 접근에 휘둘리는 듯한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학생인권조례를 둔 곳은 서울, 경기 등 7개뿐이다. 모두 조례 제정 당시 진보 성향 교육감이 재직했던 지자체들이다. 10개 시·도에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것은 학생들 권익 옹호에만 치중하는 경우 교사들의 정당한 수업권과 교육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집요한 민원에 시달리던 젊은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치러진 올해 대학 입시에선 교대의 인기가 뚝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교권 추락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고3 학생들이 교대 진학을 꺼리겠는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전무하다. 지난해 교육부가 학교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고시와 조례가 충돌하는 경우 하위 규정인 지자체 조례는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 서울시의회 의석 분포는 국민의힘이 절대 다수다. 조 교육감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시의회가 재의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거부권 운운하는 것은 이 사안을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어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에 흠집을 내고 진보 진영을 결집하려는 의도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례 차원을 넘어 가칭 ‘학생인권법’까지 만들겠다고 한다. 거대 야당이 입법권으로 밀어붙여 전국 모든 일선 학교에 인권이란 이름의 ‘대못’을 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시·도별로 교육감을 뽑아 저마다 특색 있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도록 한 교육자치제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크다. 그로 인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과 교권 실추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미래 한국을 이끌 학생들의 인권이 정쟁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학생의 권리·책임은 명확히 하되 교권 또한 두껍게 보호할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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