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전방위적인 패권경쟁 속에서 관세전쟁도 더욱 격해지고 있다. 중국이 최근 자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가 협정을 위반하고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지난 26일 관세법을 개정했다. 12월1일부터 시행하는 법안은 사실상 관세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교역 대상국에 대한 차별적 보복을 규정한 미국의 ‘슈퍼 301조’에 빗대 ‘중국판 슈퍼 301조’라는 해석이 나온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으로 맞대응했던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국의 새 법안은 중국과 특혜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시장이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상대 국가 상품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누가 보더라도 최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7.5%에서 25%로 3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다. 두 강대국이 국가 명운을 걸고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강대국 간 관세전쟁의 불똥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한테 튀지 않을까 우려된다.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1, 2위 수출시장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빗장을 걸어 잠그면 중국산 제품의 중간재로 쓰이는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부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저가의 중국산이 미국 외 다른 시장에 쏟아져 글로벌 공급과잉을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의 관세 보복으로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대중국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우리로서는 G2(주요 2개국) 강대국 간 관세전쟁·무역전쟁을 오불관언할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우리 수출액은 1638억달러로, 전년 대비 8.3%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미·중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모처럼 활력을 찾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10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 달성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3%의 ‘깜짝’ 실적으로 맞은 경제 회생의 모멘텀이 사라질 수 있다. G2 고래싸움 속에서 새우가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치우친 수출 시장 다변화를 서두르고 신성장 동력 산업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제품 경쟁력 강화만이 우리가 살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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