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원 인선 등을 끝냄에 따라 오늘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다. 여당의 참패로 끝난 4·10 총선 후 33일 만이다. 황우여 비대위의 가장 큰 과제는 국민의힘 정식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관리다. 지난 총선 결과는 국민의힘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대표 선출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이야말로 당 쇄신의 첫걸음이라고 하겠다.
어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에 정점식 의원, 사무총장에 성일종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비대위원에는 유상범·전주혜·엄태영 의원과 김용태 당선자가 지명됐다. 대부분 용산 대통령실과 가까운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이다. 여기에 22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뽑힌 추경호 의원도 윤석열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 친윤으로 분류된다.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친윤 세력에 있다는 당 안팎의 진단과 동떨어진 결과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2∼3개월의 시한부 활동을 하는 황우여 비대위이지만 여당이 대통령실에 휘둘리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것이 총선 민심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대 규칙의 변경은 황우여 비대위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현 규정은 당대표를 당원 투표 100%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친윤과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수도권 의원 및 당선자들과 원외 그룹은 당대표 선거 시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최대 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원뿐 아니라 민심까지 받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의 표심을 잡는 데 있다면 답은 자명하다. 당 주류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지지층은 물론 일반 국민도 ‘국민의힘이 총선 민의를 제대로 읽었구나’ 하고 변화를 실감하지 않겠는가.
황우여 비대위는 거대 야당과의 협상이라는 난제와도 맞닥뜨려야 하는 처지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 선출부터 원 구성까지 모든 것을 압도적 의석수로 밀어붙일 태세다. 야소야대 정국에서 소수 여당의 지도부로서 고뇌가 여간 크지 않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여야 협치의 끈은 끊지 말고 이어가되 거야의 부당한 입법 폭주에는 결연히 맞서는 여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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