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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이 미래다 ‘그린 라이프’] “수입산 물렀거라”… ‘신토불이 키위’로 FTA 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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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15 18:02:54 수정 : 2012-07-15 19: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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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키위 전도사’ 고봉주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 회장
2003년 국내 키위 농민들은 절망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단군 이래 처음으로 해외 농산물 수입의 빗장이 풀린 탓이다. 값싼 외국산 키위의 물량 공세에 국내 키위 농가들이 몰락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쏟아졌다. 9년이 흐른 지금, 절망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연간 국내 키위 소비량 5만t의 40%인 2만t은 국내산이 차지한다. 최대 산지는 바로 제주도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키위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대부분 외국 품종이다. 토종 키위 생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250t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토종 키위 ‘전도사’로 나온 이가 고봉주(52)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 회장이다. 그는 로열티 부담이 없는 토종 키위 보급에 정성을 쏟는다. 자신의 제주시 도련동 농장에서 토종 키위 ‘한라골드’를 재배해 연간 1억원이 넘는 고수익을 올린다.

토종 키위 ‘전도사’ 고봉주 한라골드 영농조합법인 회장이 15일 자신의 제주시 도련동 농장을 찾은 취재진에게 토종 키위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 제공
15일 키위 농장에서 만난 고씨는 “한·칠레 FTA의 파고를 토종 키위 재배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자신감이 넘쳤다. 30년째 키위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키위 박사’로 불린다. 국내 농가들이 가장 많이 재배하는 뉴질랜드의 ‘제스프리’ 품종은 15%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당 4000원에 출하하면 600원의 로열티가 뉴질랜드로 고스란히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고씨는 토종 키위 보급에 심혈을 기울인다. 고씨는 농촌진흥청과 협의해 로열티가 없는 토종 키위 개발과 보급에 발벗고 나섰다.

고씨는 “키위는 비타민C 함량이 사과의 20배가 넘고 소비도 꾸준히 늘어 감귤보다 수익성이 낫다”면서 “로열티를 없애면 가격을 조금 낮추더라도 소득이 크게 는다”고 말했다. 키위는 열매가 잘 떨어지지 않고, 해거리 현상도 별로 없어 꾸준한 소득이 보장된다.

고씨는 2010년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그의 노력은 점차 결실했다. 이 영농법인에는 현재 제주지역 1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키위랑’이란 독자 브랜드를 만들고 농진청과 독점 재배계약을 체결했다. 고씨는 “꽃이 많이 달려 외국 품종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단점이 있지만 농협이 전량 수매를 해주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수익성이 높아 외국 품종 재배농가들이 제발로 찾아온다”고 뿌듯해했다.

고씨는 토종 키위 판로 개척에도 정성을 쏟았다. 판로를 열어야 참여 농가를 늘리고 그만큼 농가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시식·홍보행사, 벤치마킹에 힘을 썼다. 키위 음료수를 개발하고 알사탕 형태의 ‘키위비타C’도 개발했다.

고씨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고씨는 “과일도 컬러의 시대”라고 단언했다. 키위도 그린→골드→레드로 품종이 진화하고 있어 레드 키위 재배에 열중한다.

고씨는 “농민들도 국내만이 아닌 해외 수출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키위 해외 수출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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