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주 SNS상에는 한 젊은 여성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인도를 걸어가는 모습을 담은 ‘선릉역 알몸녀’란 동영상이 빠르게 퍼졌다. 이 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25일 오후 3시쯤 선릉역 공영주차장에서 결별을 요구하는 남자친구와 싸우던 여성이 분을 못 이겨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남자친구가 화가 나 차에 옷가지를 싣고 가버리자 여성이 알몸 상태로 거리를 걷게 됐다’는 설명을 붙였다.
이 영상은 초상권 침해 등 실정법을 위반했지만 네티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퍼 날랐다’. 영상이 유포될수록 화면 속 여성이 음란사이트 회원이라거나, 남자 친구와 함께 경찰에 입건됐다가 훈방됐다는 목격담이 연이어 올라왔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최근 SNS를 통해 허위사실이 생성·유포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 ‘사람이 죽어 있다’는 제목으로 한 여성이 피를 흘리고 쓰러진 사진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댓글을 통해 “촬영장에서 찍은 연출된 사진”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살인 인증샷’으로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성폭행 살인사건의 피해자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산본역에서 사람이 목에 피를 흘리며 살해됐다”는 글이 일파만파 퍼졌지만 진상은 노숙자 간의 다툼으로, 피해자는 가벼운 부상만 입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재미 삼아 올린 글도 다른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주민들의 불안을 초래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허위사실 생성·유포는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현재 SNS는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혼재가 된 상태인데, 일부 네티즌이 주목을 받고 싶거나 SNS를 사적인 공간으로만 생각해서 장난 삼아 루머를 만들고 유포하고 있다”며 “공적인 공간에서의 유언비어는 사회를 혼란시키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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