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렸다. 이걸 그대로 둬야 할까 아니면 내 거니까 내가 쓰면 되는 걸까. 어느날 자기 계좌에 수십억의 돈이 들어온 것을 알게 된 20대 남성 이야기다.
잉글랜드 사우스요크셔 주 반슬리에 사는 키에런 맥키페리(21)는 지난 1월, 인터넷 뱅킹을 위해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루아침 사이에 125만파운드(약 20억)가 들어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키에런은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차분히 생각했다. 그는 새 차를 살 예정이었고, 여자친구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있으면 계좌의 20억은 자기 돈이 된다.
그러나 키에런은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 특히 얼마 전 봤던 기사가 생각났다. 누군가 송금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자기 계좌에 들어온 거라며 마음대로 썼다가 처벌받았다는 내용이 떠오른 것이다.
키에런은 은행 측에 연락했고, 은행은 그의 계좌에서 돈을 회수한 뒤 원래 돈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송금 처리했다. 10일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키에런에게는 마치 가슴에 큰 추라도 단 것 같은 무거운 날의 연속이었다.
20억 입금은 한 투자회사의 송금 실수 때문에 일어난 일로 알려졌다. 투자회사 측은 키에런에게 사례하는 의미에서 204파운드(약 33만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키에런은 “돈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돈을 뽑았다면 차 외에 다른 물건도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고맙게 사례금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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