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과 에메랄드빛 바다.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그러나 당신이 근처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인도 벵골 만에 위치한 센티넬 섬 이야기다.
센티넬 섬은 미국 뉴욕 맨해튼과 크기가 비슷하다. 이곳에는 현대 문명을 거부한 센티넬 족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정확한 인구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에 관해 밝혀진 내용이 거의 없다. 몇몇 영상과 사진자료가 있지만 오래전의 것이어서 화질이 떨어진다.
센티넬 족과의 접촉 시도는 자기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방인들을 향해 강한 적대감을 느끼며, 정찰을 목적으로 섬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도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 2006년에는 센티넬 섬에서 낚시하던 두 남성이 센티넬 족에게 살해당했다. 섬을 지배한 센티넬 족이 자기네 땅에 들어온 낯선 사람들의 목숨을 처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센티넬 족이 섬에서 6만년 정도 살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역시 센티넬 족이 어떤 언어를 쓰고,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한다. 원시인에 가까운 터라 나름의 종교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 역시 밝혀진 내용은 없다.
인도 정부는 센티넬 족과의 접촉 시도를 위법행위로 규정한다. 정부는 센티넬 섬 인근 3마일(약 4.8km)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원시인 보호 정책의 하나로 보인다.
물론 센티넬 섬에 접근했던 모두가 목숨을 잃은 건 아니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해 센티넬 섬 근처에 어부 7명이 배를 타고 접근했다가 인도 해양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이 중 1명이 실제로 섬에 들어갔다 나왔으며, 센티넬 족을 만났음에도 전혀 다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센티넬 족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는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약한 부족’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섬 외부의 어떤 것과도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감기나 기생충 같은 흔한 병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시인 권리 보호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urvival International)’은 센티넬 족의 과격 행위가 1800년대 이후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서바이벌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안다만 섬 일대 부족들은 1800년대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며 “당시 큰 질병이 휘몰아쳐 여러 부족이 전멸했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질병으로 한 부족이 몰살당했다”며 “센티넬 족은 외부인들의 접근을 금지함으로써 대를 이어가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총기를 갖고 섬에 들어온 외부인에게 몇몇 부족이 대규모로 살해당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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