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수술 중 각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수술 중 마취가 깨 자신의 수술 장면을 눈으로 지켜보는 일 말이다. 상상은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아주 끔찍한 사고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잉글랜드 햄프셔 주에 사는 한 20대 여성에게 벌어졌다. 수술 중 각성은 아니지만, 수술 후 봉합됐던 상처가 벌어져 안에 있던 장기가 훤히 드러난 것이다. 만약 당신의 눈앞에 장기가 보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샘 벨(28)은 지난 3월24일(현지시각) 세인트 헬리에르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딸을 낳았다. 그는 15개월 된 아들 미첼 테르만을 두고 있으며, 아들 역시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를 통해 출산했다.
3일 후 퇴원한 벨은 같은달 29일 집에 온 산후조리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실밥 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산후조리 담당자는 벨의 실밥을 푼 뒤, 다른 일을 처리하기 위해 그를 남겨두고 방을 나갔다.
그런데 잠시 후, 벨은 아랫배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지퍼 부분이 뭔가 끈적이는 것 같았다.
벨은 조심스레 지퍼를 내렸다. 그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벨의 눈에 들어왔다. 실밥을 푼 상처가 벌어져 그 안의 장기가 훤히 드러난 것이다. 마치 지퍼를 내렸을 때, 옷이 양쪽으로 벌어진 것과 같았다. 끈적인 느낌을 받은 건 상처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원인이었다.
놀란 벨은 소리를 질러댔다. 갑자기 들린 그의 비명에 방으로 달려온 산후조리 담당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그를 따라 비명을 내질렀다. 한창 소리를 지르던 벨은 가까스로 진정했지만, 산후조리 담당자는 거의 기절할 것 같았다. 벨이 진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고함에 놀란 아들이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눈앞에 훤히 드러난 장기와 우는 아들 사이에서 벨은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안절부절못하던 산후조리 담당자는 즉시 병원에 신고했으나,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40분이 걸린다는 말만 들었다. 신고 당시 구조대가 다른 곳에 출동 중이어서 가용 차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벨에게 40분은 그야말로 ‘40년’ 같았다. 벨은 “장기를 직접 본 건 그야말로 끔찍했다”며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후조리 담당자는 날 보더니 공포감에 휩싸였다”며 “‘이런 일은 없었는데!’라고 연신 소리쳤다”고 덧붙였다.
벨은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는 조금씩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안정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벨은 옆에서 아들이 우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솔직히 말하면 벨도 엉엉 울고 싶었다. 그러나 울면 상처가 더 벌어져 장기가 쏟아질까 그러지도 못했다.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벨은 집에 도착한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재봉합수술을 받았으며, 4월2일에 퇴원했다. 그는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며 “정말 무섭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상처는 봉합됐지만 벨은 부아가 치밀었다. 도대체 병원에서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벨이 재입원한 동안 아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키울 수밖에 없었다. 한창 엄마의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에 본의 아니게 아들과 떨어졌으니 화가 난 것도 당연했다.
최근 병원에 다녀온 벨은 의료진의 설명이 ‘변명’에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들은 내게 괜찮냐고만 물어봤지 별다른 말을 해주지 않았다”며 “그들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경우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있다’고 이야기할 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병원 관계자는 “먼저 산모에게 끔찍한 일을 경험하게 해 정말로 죄송하다”며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해당 사항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며 “명확히 잘못을 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아직 어떠한 내용도 밝혀지지 않아 우리로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주간 산모께서 내원하실 때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벨의 집을 방문했던 산후조리 담당자 케서린 헤일스는 “예전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혹시라도 다른 산모들이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 벨처럼 가만히 침대에 누워 도움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swns.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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