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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탐색] 게임 아이템 대신 결제해달라 돈 맡겼는데 잠적…1억원 피해도

입력 : 2017-07-23 14:00:00 수정 : 2017-07-23 13: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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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리결제 광고가 올라와 있다. 출처=유튜브

“빠르고 싸게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세요.”

게임업계에서 유명한 인터넷 방송의 진행자가 방송 중 갑자기 광고를 읽기 시작했다. 이 진행자가 광고하는 내용은 일명 ‘게임 대리결제’였다. 게임 내에서 아이템 구입으로 이뤄지는 현금결제를 전문 회사가 대신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다. 사용자가 직접 결제하면 되는데, 왜 굳이 대리업체를 통해 하느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대리 결제가 성행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결제 한도가 막힌 이들이 주로 이용한다.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면 구글 플레이와 앱 스토어에 미리 등록된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가 진행된다. 

통신사별 신용카드 소액결제는 통상 월 50만원 한도로 정해져 있는데, 이와 관련한 스팸 사기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막는 조치이다.

보통의 게임 이용자는 한도를 초과할 일이 잦지 않겠지만 모바일 게임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쏟아붓는 이가 적지 않다. 대리결제 업체는 신용카드 대신 구글 플레이 상품권이나 문화 상품권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도 제한을 피할 수 있다.

대리결제를 이용하면 신용카드 고지서에 사용내역이 표시되지 않는다는 점도 수요를 부추긴다. 등록된 카드로 결제를 하면 관련 흔적이 남아 고지서를 통해 가족에게 게임 이용 여부를 들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대리결제 서비스는 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무통장 입금이나 상품권을 받아 대신 결제하기 때문에 게임 사실을 숨기기가 쉽다.

한 대리결제 사이트의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결제 대행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최근 모바일 게임의 인기로 많은 대행업체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가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사이트를 검색해본 결과 모두 31곳을 찾을 수 있었다. 몇몇 사이트는 인터넷 게임방송 진행자에게 광고를 의뢰해 10~20대를 공략하고 있었다. 일부는 하루 결제 문의만 수십건에 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최근 사기 논란으로 폐쇄된 한 대리결제 사이트.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늘어나는 대리결제 사이트,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이처럼 대리 결제 사이트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대부분은 사용자의 돈을 보호하는 안전망 구축에는 인색했다. 문제가 생길 시 보상에 대한 규정이나 결제 시 주의사항조차 안내하지 않는 게 대다수이다.

심지어 사용자의 본인 인증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전체 31곳의 사이트 중 29곳이 그랬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전자우편, 연락처 정도만 있다면 손쉽게 회원이 될 수 있어 미성년자가 부모 허락 없이 게임 아이템 결제 목적으로 가입해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몇몇 사이트에는 미성년자로 보이는 이용자들이 “부모님이 알지 못하겠죠”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결제과정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사용자가 사이트에 자신의 구글 또는 애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업체가 대신 결제해주는 식으로 거래는 진행된다. 이는 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대리결제 사이트의 부실한 운영으로 자칫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다면 악용될 소지가 다분했다. 몇몇 사이트는 거래 종료 후 보안을 위해 암호를 변경하라고 공지하고 있었으나 안내에 그쳐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얼마 전에는 이런 위험이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17일 유명한 인터넷방송의 진행자는 자신이 광고하던 사이트가 사용자에게 돈을 받고도 대리결제를 이행하지 않는 채 잠적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20~30명이 피해를 봤으며 총 피해금액은 8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라고 전했다.
 
해당 업체는 인기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결제와 금액에 따라 5~15% 할인해 준다며 대량결제를 유도한 뒤 사용자의 돈을 챙겨 사라졌다. 업체를 광고했던 진행자는 변호사와 경찰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알렸다.
 
한 개인방송 진행자가 대리결제 피해와 관련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

◆ 대리결제의 위험성, 규제할 길은 없어

대리 결제업체의 위험성에도 인터넷방송 플랫폼과 게임업체 관계자는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인터넷방송 플랫폼 관계자는 “개인 방송의 진행자가 불법적인 상품이나 불법 사이트를 광고하는 행위는 따로 규제를 하고 있다”며 “대리결제 사이트와 관련해 파악해보니 불법이 아니라 광고를 막을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대리 결제 사이트로 피해가 발생하자 리니지M은 최근 공지를 통해 “어떠한 경우라도 타인에게 계정·비밀번호를 알려주는 행위는 삼가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리니지M의 개발사 엔씨소프트의 관계자는 “직접적인 제재 방안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리결제와 (게임 캐릭터의) 대리육성 등 타인이 계정에 접속하는 행위는 게임 내에서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하는 법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대리결제 사이트에 대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단순히 결제를 대신 해주는 사이트이기 때문에 해외 직접구매 사이트와 비슷하게 보고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규제하는 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결제로 인한 피해는 최근 들어 증가추세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년~16년) 접수된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23건이었고 지난해 신청 건수는 2015년보다 29.2%가 증가했다. 미성년자가 부모 모르게 결제한 건에 대한 환불 요청은 지난 1월 한달 동안 329건이 접수돼 지난해 같은 기간(173건)보다 9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리결제 업체 관계자는 “사이트에서 5% 이상 결제 할인을 해준다면 한번 의심을 해봐야 한다”며 “문화상품권이나 해외결제로 일부 할인혜택을 줄 수 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5% 이상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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