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념할 줄 아는 용기, KBO리그 복귀를 원하는 강정호(33)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다.
‘음주운전 3회’ 전력에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강정호의 거취가 곧 결정 난다. KBO리그 복귀 시 보류권을 쥐고 있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곧 강정호 관련 사안에 대해 공식 발표한 예정이다. 애초 지난주 내로 관련 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결재 단계에서 일시 정지했다.
발표가 늦어지면서 ‘키움이 강정호를 영입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확실한 것은 마지막 결재 라인을 제외하고 영입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키움 구단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강정호에 대한 여론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다. 과거 두 차례 음주운전을 숨긴 점, 그리고 마지막 음주운전 때는 사고까지 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에 알려진 뒤 단 한 번도 직접 나서서 사과하지 않았던 강정호가 3년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그것도 KBO리그 복귀를 위해 KBO 측에 임의탈퇴 해제를 요청해 이뤄진 후에야 사과했다는 점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며 "키움 구단 내부에서도 강정호 영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단 구단 실무진 입장에서는 강정호를 영입 시 타격을 받을 구단 이미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광고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강정호 영입 시 구단의 도덕성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키움 구단을 통해 광고하겠다는 기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폰서 기업은 키움증권이 받을 데미지도 고려해야 한다.
선수단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정호가 팀에 합류해 경기에 출전한다면, 그라운드에 울려 퍼질 야유와 비난은 온전히 선수단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이는 손혁 키움 감독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선수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강정호의 활약 여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 강정호가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전성기의 기량을 보여준다고 해도 ‘도덕성’에서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키움이 쉽게 거취를 발표하지 못하는 이유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구단에 남겨준 이익 때문이다. 강정호는 2014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으면서 키움(당시 넥센)에 포스팅 금액 500만 달러(60억원)를 안겼다. 여기에 피츠버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강정호 역시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키움 복귀를 원하고 있다. 현장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키움 외에 타 구단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며 "물론 타 구단에서도 강정호 영입에 부정적이다. 모기업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키움 입장이 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강정호가 조용한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구단 자체 징계이다. 키움이 마지막 결재라인에서 급반전으로 강정호 영입을 결정했다고 가정하면, 징계소화 후 2021시즌 7∼8월 경기면 KBO리그 구단을 밟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키움이 강정호를 영입한다면 반드시 구단 자체 징계를 내려야 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이었던 넥센 시절 음주운전을 2차례나 하고도 은폐했다.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강정호가 최소 1년 이상의 출전정지라는 구단 자체 징계를 받는다면 사실상 KBO리그 복귀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또한 선수의 음주운전 은폐 사실을 몰랐던 구단 역시 KBO의 징계를 받아야 하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은 강정호 스스로 KBO리그 복귀를 단념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헌법상의 ‘법률불소급의 원칙’에 따라 경징계에 그쳐야 했던 KBO는 중징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심지어 야구계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국회의원까지 자료를 요청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또한 키움 히어로즈 구단과 스폰서 기업인 키움증권, 또한 경기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선수단까지 모두 어떤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에 놓였다. 무엇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에게 깊은 상처를 줬다. 이제는 단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포츠월드=고척 권영준 기자 / 사진=스포츠월드DB,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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