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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홍콩 무술영화 속 잊혀진 한류스타

입력 : 2005-05-11 19:54:00 수정 : 2005-05-11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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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중국영화라고 하면 무술영화만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중국영화=액션영화''라는 등식이 성립했고 이소룡, 홍금보, 성룡, 원표 등이 스타의 대명사로 인식이 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중국영화의 그러한 전성기가 있기까지 우리 한국 합기도 고수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성룡의 무술 스승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일부에서는 황인식, 지한재, 김진팔, 김태정 등등이 있었기에 이소룡, 성룡의 무술이 가능했다고까지 주장한다. 70년대에 홍콩 영화계내 한류를 이끌었던 주역을 소개한다.

▲황인식
이소룡의 ''맹룡과강''과 성룡의 ''사제출마'' 등에 등장한 영화 배우. ''합기도''(국내 개봉명은 ''흑연비수'')라는 골든 하베스트사의 영화 출연을 계기로 홍콩 영화계에 합기도 붐을 일으켰다. 이소룡의 ''맹룡과강''에서는 가라데 고수로 등장하지만 실제 그는 대한 합기도 협회 사무처장이었던 김용진 선생을 사사한 합기도 7단의 고수. 70년대 후반 상대를 쥐었다 틀었다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관절기와 높은 발차기를 통해 많은 중국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한편 이소룡과 홍금보, 성룡 등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그에게 감명을 받아 합기도 검은 띠를 따게 된 성룡은 지금도 자신만의 형태로 특화시킨 ''변형 합기도''를 스턴트맨들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쿵푸에는 높이 올려차는 발차기가 없었단 말인가'' 쿵푸의 성격을 이해하면 의문은 쉽게 풀린다. 손목의 꺽인 부분(뻥) 바깥(켄)과 안(피) 등을 이용한 근접 상황에서의 공방이 주를 이루는 쿵푸의 대련에서는 하단 차기가 유효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성룡이나 홍금보 등은 정식 무술 수련보다는 경극단에서 체조와 같은 유연성 있는 동작을 배웠을 뿐 높은 발차기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만큼 날아서 옆차고 뒤차기, 두발 모아 앞차기, 날아서 가위차기와 같은 합기도의 발기술들은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황인식의 말에 따르면 이소룡 또한 앉아 돌려차기, 발 막기 등의 기술을 자신으로부터 배워 영화에서 화려한 발차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소룡에 대한 평가도 이전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소 다를 수밖에 없게 마련. 그는 한 인터뷰를 통해 이소룡이야말로 "남의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부단히 연습을 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대단한 사람이다"로 평할 뿐이었다.

▲김진팔
국내 합기도의 창시자인 지한재의 제자로 성룡에게 합기도를 가르친 인물. 성룡은 자신의 공식적인 무술 스승으로 김진팔을 내세우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본래 60년대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비밀경호원으로 활동했으나 70년대 들어 홍콩에서 합기도 도장을 차리고 무술 배우로 활동했다. 그의 주요작은 1974년도에 출연한 ''흑표객''과 연도 미상의 ''철증''이라는 작품. 70년대 홍콩 영화에서는 이소룡을 계기로 빠르고 역동적인 발차기가 인기를 끌게 되는데 그를 따라하려는 이들은 하나같이 김진팔의 도장을 찾았다. 김진팔은 ''미국 태권도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이준구 사범으로부터 태권도를 배웠는데 특히 강력한 힘과 스피드를 지닌 발차기가 일품이었다. 처음에는 발차기 실력이 그다지 좋지 못했던 성룡도 그의 지도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정상의 발차기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지한재
한국 합기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인물. 다케다 쇼가쿠의 제자인 최용술로부터 합기유술을 익힌 그는 합기도 기술과 조직을 체계화함으로써 한국의 합기도를 오늘에 이르게 했다. 합기도 수련뿐만 아니라 자신의 무술 실력을 이용해 홍콩에서 액션 배우로도 활동했다. 그의 대표작은 이소룡의 유작으로 황인식, 압둘 자바, 척노리스, 대니 이노산토 등 쟁쟁한 출연진으로 채워졌던 ''사망유희''. 이소룡은 이 영화에서 무술을 매개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이들을 대거 투입시켰는데 쌍절곤을 들고 맞대결을 벌이는 댄 이노산토는 이소룡에게 쌍절곤을 가르친 인물이다. 각 층을 올라가면서 격투사들과 승부를 벌이는 이 영화에서 지한재는 이소룡이 댄 이노산토를 쓰러뜨린 후 만나게 되는 합기도 고수로 출연한다. 지한재는 이 장면에서 합기도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상대의 힘을 이용한 유려한 관절기와 던지기를 선보인다. 국내 출시본에는 아쉽게도 지한재의 장면이 삭제되어 있다.

이처럼 한국 액션 영화가 걸음마 걸음을 걷고 있을 때, 황인식·김진팔 등의 무술인들은 홍콩과 미국으로 건너가 무술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70, 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홍콩 무협영화와 이소룡은 잊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러한 추억이 가능하게 했던 우리 무술인들의 숨은 공로 또한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일반에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인터넷뉴스팀 이창호 기자 tabularas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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