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놀림의 자유를 확보하면서도 추상의 함정을 외줄타기 하듯 비켜 가고 있는 박일용은 자연이 들려주는 내적 기쁨을 화폭에 풀어내려 한다. 꽃이나 작은 분재를 그린 정물화나 해안이나 마을, 바다를 그린 작품에서 자연의 형상을 지극히 단순화하고 있다. 표피적 시각을 걷어내고 정제된 울림만을 화폭에 수확하는 자세다. 꽃과 파도가 유쾌한 감정의 빛으로 다가서니 청량감을 준다. 구상성이 강하지만 낭만적인 색채 감각으로 풀어낸 그림은 더 이상 대상의 노예가 아니다. ‘쏴∼아’ 쏟아지는 파도소리는 어머니의 손길처럼 다정하게 하얀 마음의 출렁임으로 다가온다. 정열적인 빨간 장미는 오히려 부끄러워서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우직한 산은 아버지 등판 같은 의지처다. 작가는 자연의 서정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9월 1∼14일 청작화랑 개인전. (02)549-3112
김동철은 한결같이 담담한 색조와 조용한 붓 터치의 유화로 자연을 그리고 있다. 특히 물에 집중해왔다. 양수리나 충주호, 한강 등 실제 자연이 그의 그림 모델이다. 흐릿한 화면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대자연은 ‘익숙한 낯섦’이다. 작가는 진정한 휴식은 ‘익숙한 것’에서 온다고 한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양수리, 잔잔한 바닷물에 반짝이는 햇살, 뽀얀 안개 너머로 보이는 강 건너 언덕 등이 정겹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어 주는 치유의 바다,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쉬어 가고 싶은 정겨운 강가다. 골치아픈 ‘바다이야기’를, 그런 현실을 잊게 해주는 대안의 공간이다. 자연이 건네는 순도 높은 정화의 맛이라 할 수 있다. 30일∼9월17일 갤러리 아트파크 개인전. (02)733-8500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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