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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문인화 그리는 권기수 개인전

입력 : 2006-11-14 12:21:00 수정 : 2006-11-14 12: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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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의 본질 현대감성과 만나다 색깔 있는 대나무와 꽃, 동그란 웃는 얼굴을 가진 귀여운 ‘동구리’가 화면의 주인공들이다. 사람들은 흔히 권기수(35)씨의 작품을 캐릭터나 팝아트로 오해한다.
“제 작품을 동양화의 본질과 서양의 질료를 묶은 현대미술작품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동양화 또는 서양화의 범주로 가둬지는 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전공인 동양화의 감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화폭을 세워놓고 현대인의 초상을 수묵 실루엣으로 그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먹이 흘러내린 모습이 영락없는 검은 삐에로였지요.” 그는 이후 형상들을 오려내 벽에 붙이는 설치작업도 했다. 자연히 현대인의 힘든 삶이 무겁게 실렸다.
“어느 순간 작품에 내용을 담겠다는 생각마저 내려놓으니 난을 치듯이 붓놀림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빠른 붓 드로잉 과정에서 동구리가 탄생한 것입니다.” 만화 캐릭터같이 항상 웃는 얼굴의 동구리의 등장으로 그의 작업은 아크릴화로 전환된다. 가슴에 무수한 것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항상 웃고 있어야 하는 삐에로 같은 동구리가 현대인을 표현하는 기호로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동구리는 대나무 밭 등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여전히 동양화의 본질에 충실하다. “동양화 쪽에서 보면 돌아온 탕아나 다름이 없지요.” 그의 작품은 어려운 현대미술과 달리 즐거움과 여유, 동심을 선사한다. 동양화의 특징인 여백의 미도 잃지 않고 있다. 하나의 색감으로 채워진 시원한 화면이 이를 말해준다.
그의 최신작 ‘검은 숲 7’은 검은색 배경에 형형색색의 대나무 줄기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동구리가 강아지와 놀고 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꽃들은 매화와 국화를 연상시킨다. 동양화의 괴석들은 사각형의 상자들로 대치되고 있다. 매란국죽에 괴석까지 화려한 색으로 현대판 문인화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죽림칠현’에서 온 것으로 일곱 선비의 모습을 동구리로 형상화한 재치가 돋보인다.
그는 조각, 영상, 설치 등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제 이야기를 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를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땐 캐릭터 형태가 가장 좋지요.”
그의 작품이 팝아트가 아닌 이유는 뭘까. “팝아트는 기호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직접 소재로 사용하거나 간접적으로 왜곡해 그 이미지를 인식하기 쉽게 표현하지요. 제 작품은 기호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소재로 한 것이 아니라 오랜 드로잉 과정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동양화를 현대적인 감수성으로 재현한다고 평가받는 그는 국제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새로운 미술의 개척자를 자임하는 그는 중국 모카현대미술관, 일본 모리미술관, 대만 현대미술관 등 아시아 주요 미술관을 비롯해 호주의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 뉴욕의 엘로우버 갤러리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한국미술 영파워의 기수로 활약이 기대된다. 12월3일까지 아트파크 개인전. (02)733-8500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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