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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객원전문기자의 대한민국 풍맥풍수]⑪물형론과 제살법

입력 : 2006-11-17 16:04:00 수정 : 2006-11-17 16: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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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형체 산은 문필가를 낳고 화형체 산은 혁명가 잉태 인시(寅時) 하관에 묘시(卯時) 발복이라 했다.
머지않은 옛날, 구한말 개화기에 가난한 주인과 단 둘이 사는 착한 머슴이 있었다. 마흔 넘도록 장가는커녕 새경도 제대로 못 받으며 죽자 사자 일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이 세상을 떠나 혼자 장사를 지내게 되었다. 동트기 전 먼 산 양지바른 곳에 묻고 내려오다 불이 켜져 있는 외딴집을 발견했다. 그 집에는 돈 많은 과부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밤을 지새는 중이었다. 둘은 부부가 되어 부자로 잘 살았다고 한다.
머슴이 하관한 인시는 오전 3∼4시59분 사이고, 외딴집을 찾은 묘시는 오전 5시부터 6시59분까지를 말한다. 이런 명당은 ‘당대 발복지’가 아니고 ‘즉시 발복’ 혈처이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도 하루를 2시간씩 ‘12시’로 나누어 24시간을 쪼개 썼다. 일반적으로 자시(子時·쥐·오후 11시∼0시59분) 축시(丑時·소·오전 1시∼2시59분) 인시(寅時·호랑이·3시∼4시59분) 묘시(卯時·토끼·5시∼6시59분) 진시(辰時·용·7시∼8시59분) 사시(巳時·뱀·9시∼10시59분) 오시(午時·말·11시∼낮 12시59분) 미시(未時·양·오후 1시∼2시59분) 신시(申時·원숭이·3시∼4시59분) 유시(酉時·닭·5시∼6시59분) 술시(戌時·개·7시∼8시59분) 해시(亥時·돼지·9시∼10시59분)로 구분한다.



◇뾰족뾰족한 화(火)형체 산. 서울 관악산이 대표적인 화형산으로 혁명가 등이 나올 수 있다.


각 동물들이 생동하는 시간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정은 자시의 중간시간인 밤 12시이고 정오는 오시의 중간시간인 낮 12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은 서울이 아닌 일본 도쿄 기준시간이다. 경도 상으로 볼 때 중국 베이징과는 1시간, 도쿄와는 30분의 시차를 둬야 마땅하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한때 ‘우리 시간’을 찾는다 하여 일본과 시차를 둔 적이 있으나 5·16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다시 환원시켰다. 미군 군사작전 편의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시간통일’이었다며 분개하는 식자들도 있다.
사주팔자 중 시주(時柱)를 가려 내면서 위에 적은 시간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정확히는 현재 시간에서 32분이 늦은 오후 11시32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31분까지가 자시에 해당된다. 여기에 ‘서머타임’까지 정밀 계산하는 경우가 있으나 그건 역학계에서 사용하는 시간 개념이다.
풍수를 둘러싼 설화는 무궁무진하다. 가깝게는 어릴 적 할머니한테 들은 옛날 얘기서부터 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왕조실록 기록들도 있다. 서점에 나가도 ‘조선의 명풍수’ 등 시리즈로 묶은 책들이 많다. 이 중에는 사회지도층 인사나 국문학 박사 등 사계 전문가들이 집필한 저서들도 있다.



◇너부죽하며 두루뭉술한 토(土)형체 산. 부와 귀를 겸한 기업가를 키워 내는 기운을 내포한다.


풍수 설화의 대부분은 묘를 잘 써 부귀영화를 누렸다거나 좌향을 잘못 잡아 재앙을 불러왔다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풍수는 간산(看山) 3년에 재혈(裁穴)이 10년이라 했다. 용·혈·사·수의 사신사가 제대로 갖춰졌을 때 택하는 좌향에 따라 후손들의 운세가 달라진다고 믿는 것이 풍수지리다.
통맥법에 따라 다음과 같은 좌향에 묘를 썼을 경우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시신이 이동하는 거리를 보(步)로 표시한다. 여기서 한 걸음은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한다. 나경의 방향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괄호 안의 병기를 생략한다.
▲술·건·해좌, 진·손·사향에 축·미향 바람이면 손방 27보 위치 ▲임·자·계좌, 병·오·정향에 축방 바람이면 술·자방 16보 위치 ▲축·간·인좌, 미·곤·신향에 진·술방 바람이면 술방 40보 위치 ▲갑·묘·을좌, 경·유·신향에 술방 바람이면 술방 49보 위치 ▲진·손·사좌, 술·건·해 향에 축·미방 바람이면 축·간방 49보 위치 ▲병·오·정좌, 임·자·계향에 축·미방 바람이면 건·임방 49보 위치 ▲미·곤·신좌, 축·간·인방에 진·술방 바람이면 간·손방 27보 위치 ▲경·유·신좌, 갑·묘·을향에 유방 바람이면 갑·묘방 28보 위치.
복잡할 것 같지만 나경의 원리를 꼼꼼히 챙기면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때 동일한 좌·향이라도 국세(局勢)와 파구(破口)에 따라 바람의 방향은 달라진다. 또 배산(背山)과 안산(案山)의 오체(五體) 형세에 따라서도 풍향은 변하게 된다.
목·화·토·금·수의 오체 산형을 설명한다.



◇큼직한 가마솥을 엎어 놓은 듯한 금(金)형체 산. 신의를 중요시하며 공직자가 탄생하게 된다.


▲목형체의 산은 얼핏 나무를 연상하면 된다. 무난한 형태로 문필가가 배출된다. ▲화형체는 산세가 뾰족뾰족하며 매우 급하게 다가온다. 서울의 관악산이 대표적인 화형산으로 혁명가가 나온다. ▲토형체는 넓고 길쭉한 산 모양으로 이런 산을 보고 자라면 부와 귀를 겸한 기업가가 된다. ▲금형체는 토형체와 비슷하나 규모가 작고 마치 가마솥을 엎어 놓은 듯한 산이다. 관료 등 공직을 맡게 되는 기상이다. ▲수형체는 장강대하처럼 강물이 흐르는 형태이고 파도처럼 굴곡이 있다. 예술인의 기질을 갖게 된다.
풍수와 무관한 사람들도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좌청룡 우백호가 포근히 감싸안아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은 형세를 말한다. 물형론(物形論)이다. 이기(理氣·풍수이론)와 형기(形氣·현장 산세)가 일치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풍수에서는 단연 형기가 앞서야 한다.
옛 지사(地師)들은 산형을 보면서 절묘하게도 이름을 지어냈다. 이른바 물형국명호(物形局名號)다. 필자가 파악한 것만도 100가지가 넘지만 간산 현장에서 동일한 산형을 찾기란 매우 힘들었다. 형세에 따라 풍수가 자신이 작명하는 경우도 목격했다.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이면 고결한 꽃이 땅에 떨어져 향기를 뿜는 모습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의 홍릉(고종황제릉)이 해당된다. 쥐가 산에서 밭으로 내려 오는 형세이면 노서하전형(老鼠下田形)으로 재물복을 타고 난다는 것이다. 말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면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이요, 거북이가 진흙으로 들어 가는 모습이면 금구몰니형(金龜沒泥形)이다. 전남 여천에는 쌍태봉(雙胎峰)이란 산이 있다. 그 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사는 마을에서 유난히 쌍둥이를 많이 낳아 TV에도 여러 번 방영된 바 있다.



◇물이 흐르는 듯 완만한 능선의 수(水)형체 산. 고집이 센 예술인들의 고향에 이런 산이 많다.


쌍춘년인 올해는 혼사도 많고 이사도 많다. 조상의 묘를 돌보는 이장과 사초는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온갖 애경사에는 택일이 기본이다. 특히 상사(喪事)에는 아무리 택일을 잘했어도 중상일(重喪日)이나 복일(復日)에 걸려 버리면 ‘줄초상 난다’ 하여 절대 금기시되고 있다. 이때 중상일의 액운을 피하는 비법이 바로 제살법(制殺法)이다.
우선 매월(음력 기준) 중상일과 복일은 다음과 같으며 달력의 일진 표시로 확인할 수 있다. 모두 천간을 따온 것이다. ▲1월=갑·경·사·해일 ▲2월=을·신·사·해일 ▲3월=무·기·사·해일 ▲4월=병·임·사·해일 ▲5월=정·계·사·해일 ▲6월=무·기·사·해일 ▲7월=갑·경·사·해일 ▲8월=을·신·사·해일 ▲9월=무·기·사·해일 ▲10월=병·임·사·해일 ▲11월=정·계·사·해일 ▲12월=무·기·사·해일.
이장의 경우는 좋은 날을 골라 용사할 수 있지만 생장(生葬)일 때는 하루를 앞당기거나 연장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다음과 같이 행하면 근심을 덜고 재액을 피할 수 있다. 26년 전 한국불교 화엄학의 대가였던 당시 월정사 조실 탄허(呑虛·1913∼83년) 대종사한테 전수받은 바다. 동양철학의 대가로 자신이 입적할 날짜, 시간까지 미리 알려 준비토록 하고 열반에 든 당대의 고승이었다.
청결한 한지나 백지에 고급 경면주사(鏡面朱沙)로 다음의 월별로 표시된 한자 네 자를 정성으로 두 장씩 쓴다. 하관할 때 한 장은 시신이나 유골의 가슴 우측 부위에 얹는다. 다른 한 장은 광중(壙中) 밑바닥, 즉 시신을 놓으면 가슴 좌측 등 뒤에 닿도록 놓고 매장하면 아무 탈이 없다고 배웠다.
▲1·2·6·9·12월=육경천형(六庚天形) ▲3월=육신천연(六辛天延) ▲4월=육임천로(六任天 ) ▲5월=육계천옥(六癸天獄) ▲7월=육갑천복(六甲天福) ▲8월=육을천덕(六乙天德) ▲10월=육병천양(六丙天陽) ▲11월=육정천음(六丁天陰). 반드시 한자로 써야 하고 모두 음력이다.
하관하는 시간도 ‘오시 하관’이라 하여 거의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대충 해버리는데 탄허 큰스님한테 들은 바로는 그게 아니다. ▲자·오일은 오·신·유·시 ▲축·미일은 사·신시 ▲인·신일은 진·사·미시 ▲묘·유일은 오·미시 ▲진·술일은 진·사·신시 ▲사·해일은 진·오·미시였다.
과학적 근거와 검증 여부를 떠나 오랜 세월 관행으로 내려오는 동양철학의 진수다. 택일법 등은 다음 기회에 소개하고자 한다.
능성 구씨 문중에 전해 오는 실화다. 내룡맥이 두툼한 경사진 혈처에 산소를 모시고 여러 복인(服人)들이 모여 식사를 하던 중 맏상주가 밥그릇을 놓쳐 그릇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밥그릇이 멈춰선 곳이 움푹 패 있어 이상히 여겨 파 보니 금은보화가 가득 묻혀 있었다. 도둑이 물건을 훔쳐다 남몰래 숨겨 놓은 비밀 장소였다고 한다.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했다.
시인·온세종교신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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