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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 배역에 빠져 우울증 앓기도…

입력 : 2006-11-16 14:27:00 수정 : 2006-11-16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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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의 미소’로 대변되던 김래원(26)이 대변신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 때부터였다. 당시 그는 강한 남자의 이미지를 마음껏 선보였다. 데뷔 8년 만의 연기변신이었다. 그는 이 ‘미스터 소크라테스’라는 영화에서 일명 ‘패륜아’를 천연덕스럽게 표현해 냈다. 영화 ‘어린 신부’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러브 스토리 인 하버드’ 등에서 흔히 보아온 김래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이미지의 변화 과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가의 미소는 어느덧 살기로 변해 있었다. 이런 과정들은 2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해바라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가 새 영화에서 맡은 역은 칼도 피도 무서워하지 않는 잔혹함으로 ‘미친 개’라고 불릴 만큼 조직의 전설로 군림하다 10년간의 수감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자신을 보듬어주는 한 가족을 만나 사랑을 깨닫기 시작하는 남자 태식이다. ‘망나니’에서 개과천선한다는 설정은 이전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구동혁과 비슷한 면이 많다.
김래원은 “‘미스터 소크라테스’ 때와 비교해 심적으로는 더 지쳤었다”고 회고했다. 예고편만 보면 액션 장면이 많아 육체적으로 고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예고편이 액션 연기의 전부라는 설명이다. 대신 태식이란 인물에 너무 빠져 촬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우울증을 경험할 만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는 것.
“정신적으로 태식에게 젖어 있었던 것 같아요. 우울하기도 하고, 가끔은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강릉 출신인 김래원은 지난 13년 동안 가족을 떠나 혼자 살아왔다. 그런 데서 비롯된 외로움은 이번 연기에도 배어들어 있는 듯 보인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인(김해숙)과 모자 관계를 맺으면서 가족의 사랑을 알게 되는 태식의 모습은 어쩌면 현재의 김래원과 많은 부분 오버랩 되어진다. 그도 “가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완벽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삶이 ‘사실은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될 즈음이어서 그런지 더 마음에 와닿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낚시와 여행으로 자신을 짓누르는 무언가를 떨쳐버린다. 일단 서울을 떠나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 두 달 동안 한 번도 서울에 발을 들이지 않은 적도 있다. 이번 영화를 끝내고도 쉬는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낚시를 즐겼다.
“여행도 하고 바닷가에서 낚시도 하고나니 여유도 생겼어요.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지요.”
올해 초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 출연하며 2년여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했던 그는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직후 ‘해바라기’의 출연을 결정한 까닭에 시간이 부족해 촬영 중간 틈틈이 ‘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서 그런지 힘든 건 없었는데, 몇 달간 쉬다가 다시 하려니 발차기도 안되더라”며 웃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 ‘식객’에 캐스팅된 김래원은 내년 드라마 촬영이 들어가기 전 영화를 한 편 더 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금보다 밝고 건강한 캐릭터를 맡았으면 하는 바람.
그는 “최근 너무 무겁고 강한 역할을 하다 보니 시나리오도 강하다”며 “최근 배역들은 다소 우울한 느낌이어서 다음 작품은 밝은 느낌으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작이 처음으로 사극이 될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해줬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해바라기’에서 가족으로 3개월을 함께했던 엄마 김해숙과 여동생 허이재에 대한 존경과 칭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글 홍동희, 사진 전경우 기자
mystar@sportsworldi.com


●영화 ''해바라기''속 김래원
어리숙·광기 넘나드는 카멜레온 연기 눈길 팍~



배우 김래원의 얼굴은 오묘한 편이다. 꽃미남이라고 하기엔 선이 굵고, 마초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여리다. 그래서 그는 로맨틱 코미디와 조폭 영화를 모두 섭렵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 중 하나다.
영화 ‘해바라기’는 이같은 김래원의 양면성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영리한 작품이다. 극중 김래원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지 못해 멍청한 오태식’과 ‘10년 전 깡패들을 제압했던 오태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특히 어수룩한 모습으로 일관하다가 광기에 찬 표정을 불쑥불쑥 내보이는 장면들은 결말이 쉽게 예상되는 이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여느 배우라면 양극단을 오가는 표정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김래원이 표현하는 오태식이라는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자연스럽다.
사실 김래원이 드라마 ‘내사랑 팥쥐’나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 나올 때만 해도 이같이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은 드라마 ‘눈사람’에서였다. 극중 공효진을 가슴아프게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차성준 역으로 ‘진한 멜로’를 소화해낸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의 선전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주연 캐스팅으로 이어졌고, 드라마 속 개인주의가 극심한, 철없는 법대생 이경민 역할은 김래원에게 꼭 들어맞았다. ‘연기가 아니라 원래 성격이 저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랐을 정도. 14.8%(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라는 평범한 시청률로 출발한 이 작품은 ‘재미있다’는 입소문과 함께 시청률을 30% 위로 끌어올렸으며, MBC 연기대상은 대상 후보로 김래원을 지목하는 등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사랑한다 말해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ING’ ‘어린신부’ 등을 통해 코믹과 멜로를 오가던 김래원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양아치’ 연기에 도전했다.
귀여운 이미지가 강했던 김래원이 악랄하게 변신,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힌 것이다.
개봉을 앞둔 ‘해바라기’는 김래원이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이미지를 동시에 뿜어내는 작품이 됐다. 가족을 꿈꾸는 한 남자가 좌절해가는 과정을 담은 단순한 내러티브지만, 그 안의 김래원은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며 생생하게 살아있다.
김래원은 이 영화를 끝내고 굉장히 우울했다고 고백했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걸출한 배우 김래원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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