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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교수, 일본학계서 ''주목''

입력 : 2007-02-25 23:36:00 수정 : 2007-02-25 2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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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명학(陽明學) 연구의 선두 주자로 평가되는 영남대 최재목(46ㆍ동양철학ㆍ 사진) 교수의 신간이 일본 학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저서는 일본 페리칸사에서 지난 연말 출간된'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 400p'. 아사히신문(朝日新聞), 마이니치(每日新聞)신문 등 일본의 주요일간지에 소개되면서 일본 등지의 양명학계 및 동양학계의 반응도 뜨거워지고 있다.
일본사상사 연구의 중진으로 꼽히는 코지마 야스노리(小島康敬) 국제기독교대학(ICU) 교수는 서평에서 "양명학을 비교사상사의 시점을 도입하여 '동아시아'라는 넓은 무대에 놓고 고찰했다는 점과 흔히 주자학 일변도라고 일컬어지는 조선에서 양명학의 동향을 소개하고 그 특질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며 "학계에 '동아시아 유학사상사'의 구상이 기대되는 오늘날, 이 책이 그 선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저자는 몇 년 전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현재까지의 연구 상황을 반영하여 수년간 박사학위논문을 수정-보완했고, 마침내 지난 연말 단행본으로 출간했던 것. 그런 만큼 이 책에는 저자의 학문적 여정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을 들면 가장 먼저 표지를 둘러싼 띠 지(紙)에서'왕수인에서 시작한 양명학은, 그 후 어떻게 변용하고, 중국-한국-일본 삼국에서 어떤 독자적인 전개를 이루었나? 한국 양명학의 전개를 처음으로 밝히면서 동아시아 근세사상사를 재검토한 획기적인 연구'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 출판사 측에서도 이 책에 거는 기대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약 400쪽 분량의 이 책은 '양명학의 성립과 그 사상적 특질'을 왕양명 사상의 두 측면(적극적/소극적)에서 먼저 살피고, 이어 양명학의 핵심을 잘 드러내 주는 주요 학설들, 즉 치양지론(致良知論), 만물일체론(萬物一體論), 인욕론(人欲論), 권도론(權道論), 삼교일치론(三敎一致論)을 기본 축으로 동아시아 한ㆍ중ㆍ일 삼국의 근세 양명학을 각각 설득력 있게 비교-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주요 인물로 중국에서는 명대 중기의 왕기(王畿)와 왕간(王艮), 그리고 명말(明末)의 나여방(羅汝芳), 양여원(梁汝元), 이지(李贄) 등을, 한국에서는 양명학 수용 이후의 특색을 살필 수 있는 조선 중기의 허균(許筠), 최명길(崔鳴吉), 장유(張維), 그리고 후대에 한국양명학을 집대성한 정제두(鄭齊斗)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도(江戶) 초기에 양명학을 수용한 나카에 토쥬(中江藤樹), 쿠마자와 반잔(熊澤蕃山), 그리고 에도 중기의 오시오츄사이(大鹽中齋) 등을 소개한다. 이들의 사상 내용은 치양지론, 만물일체론, 인욕론, 권도론, 삼교일치론을 통해, 특히 동등한 사상적 지평 위에서 비교ㆍ분석됨으로써 각 지역에서 이룩된 사상의 전개 및 그 지성사적 성과를 저자의 깊이 있고도 통찰력 있는 해석으로 드러내 보인다.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하나의 작은 초석을 놓는 작업이었다"며 출판배경을 밝힌 최재목(46-철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외래 지식의 수입과 재생산에 의존해왔던 나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반성하는 계기가 된 만큼 앞으로는 우리의 지식을 해외로 수출하고 알리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양명학이 21세기에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가 앞으로 동아시아 지성사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자학의 지나친 형식주의와 관념성을 깨고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실천적이며 각자가 지닌 '양지(良知)' 실현을 극대화한 개성적 삶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 공인의 학문에서 밀려나 재야 민간의 학문 활동에 머물렀던 양명학이 21세기적 패러다임의 새로운 좌표가 될 것이라는 것.
이에 그는 현재 10년 전의 저서인'동아시아의 양명학'(예문서원,1996)을 중국 현지에서 번역-출간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이미 중국 출판사와의 계약은 완료된 상태며, 연내 번역본이 출간될 경우 중국 양명학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노력들은 한국 근대기의 양명학을 중국 및 일본과의 관련 속에서 정리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근대양명학'과 '동아시아 현대양명학'까지의 총정리작업을 마치려는 그의 학문적 목표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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