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 가장 탄탄한 법무실을 자랑하는 곳은 바로 삼성그룹.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리 의혹 폭로로 법무실의 입장이 난처해진 데다,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삼성 법무실의 ‘얼굴’이나 다름없던 이종왕 법무실장이 지난 9일 사임해 명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삼성그룹은 최근까지도 국내 최강의 기업 법무실을 운영해왔다.
삼성그룹은 이 전 실장을 포함해 11명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그룹 법무실을 운영하면서 각 계열사에 모두 68명의 국내 변호사를 고용, 기업 경영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여기에 해외 법인에 소속된 외국 변호사까지 합치면 삼성의 사내변호사만 174명에 이른다.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28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형 로펌을 하나 갖고 있는 것과도 다를 바 없다.
그룹 법무실을 이끌던 이 전 실장은 삼성에 들어오기 전 대검찰청 수사기획관 등을 거쳐 김앤장에서 재벌 관련 소송을 주로 맡은 변호사다. 사법시험 17회로 노무현 대통령과 사시 동기 친목 모임인 ‘8인회’ 회원이기도 하다.
다른 그룹들 역시 글로벌 경영, 투명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 법무팀을 갖춰야 한다는 자각 아래 국내외에 변호사를 갖추고 법무팀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검사 출신인 이종상 ㈜LG 법무팀장과 판사 출신인 권오준 LG전자 법무팀장 산하에만 한국 변호사 13명과 외국변호사 20명을 두고 있다.
SK그룹은 2004년부터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법무팀 골격을 갖추기 시작했다. 계열사 포함 그룹 전체에 한국 변호사가 12명, 외국 변호사가 14명이고 이 중 검사 출신이 3명, 판사 출신이 2명이다.
해외 영업을 주로 하는 현대·기아차는 박정인 수석부회장 밑에 김재기 법률고문을 실장으로 하는 총괄법무실을 운영한다. 총괄법무실의 주된 역할은 각종 국내외 계약, 공정거래법, PL법, 상표관리 등 회사의 사업영역과 관련된 모든 법무 실무를 담당하는 것. 그 밖에도 직원 복지를 위한 생활법률상담 업무도 맡고 있다. 현대·기아차 총괄법무실은 법무기획팀, 국제법무팀을 비롯해 현대차 관련 법률 문제를 다루는 법무1팀과 기아차 관련 문제를 다루는 법무2팀 등 총 4개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괄법무실에만 변호사 36명이 활동하고 있다.
신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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