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부터 88년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시기다. 납북·월북작가의 해금이 그것이다.
구보라는 명칭은 몇 작가들에 의해 별칭으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그게 박태원의 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구보 박태원도 우리에게 돌아왔다. 깊은샘에서는 저작권자인 구보의 차남 박재영씨와 계약하여 박태원 전집 출판을 시작하였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여인성장’ 등을 1989년부터 출판하기 시작하여 ‘갑오농민전쟁’ 등 25권이 출판되었다.
이제 삼국지가 문제였다.
박태원의 삼국지는 1941년 4월 ‘신시대’에 연재하다가 1950년부터 정음사에서 총 10권중 5권 분량이 출간되는 중 월북하게 되었다.
정치학과, 사회학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모인 ‘삼국지를 사랑하는 모임’에서 박태원의 삼국지가 제일이라 평했다는 신문기사는 우리를 조급하게 하였지만 북한에서 완성하여 최고의 평을 받았다고 알려진 그의 책은 구할 수가 없었다.
나관중 지음/박태원 옮김/깊은샘/각 9500원 |
드디어 삼국지를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다. 마침 250년 전의 삼국지 목판본도 구할 수 있었다. 그 책 첫째 권에는 40여명의 등장인물 소개가 그 인물성격을 표현한 각기 다른 서체와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각자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 사이사이에 이 삽화들을 배치하면서 인물에 대한 한시 해석을 한성대 정후수 교수의 도움으로 해서 곁들여 놓았다.
박태원의 완역 삼국지가 전10권으로 ‘박태원 삼국지’란 이름으로 드디어 완성되었다.
시작부터 17년이 걸렸다.
박성기 깊은샘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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