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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진·창조한국당 결합은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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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5-23 20:30:40 수정 : 2008-05-23 20: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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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정당 간 연대 방식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당 대 당의 합당이 아니어서 법적으로는 별개의 정당으로 있으면서도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만큼 정치적으로는 한 몸으로 결합한 셈이 된다. 합당이 아닌 연합 형태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유사한 정파 간의 결합으로 그 나름의 타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정치이념적으로 상호 배타적인 정파의 결합은 정치적 기형아나 다름없다. 정치도의상으로도 수긍하기 어렵다.

양당이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물리적으로 결합하겠다는 내부의 어려운 상황은 짐작이 간다. 4·9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2석이 모자라는 18석을 확보한 자유선진당은 청와대의 야당대표 초청에서 배제되는 등 비교섭단체로서 정치적 설움을 톡톡히 겪어 왔다. 창조한국당도 비례대표 2번인 이한정 당선자가 허위경력·학력 파문으로 구속되고 문국현 대표도 검찰 수사로 당의 존립기반이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따라서 두 당이 결합해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위상도 올라가고 정치적 영향력도 커져 정치적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한나라당보다 훨씬 보수적인 노선으로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선진당과 이념적 스펙트럼이 민노당에 가까운 진보성향의 창조한국당이 ‘정책적 연대’를 한다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자기 부정이 아닌가. 당의 정체성과 이념이 극과 극으로 상반된 양당의 결합은 당리당략의 극치이며 밀실야합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두 당이 뭐라고 해명하든 그것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판의 이합집산이 일상적이고 정치적 세 불리기가 급하다 할지라도 명분 없는 임시방편적 연대는 정치를 희화화한다. 두 당의 앞날에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다.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블랙 코미디를 중단하고 이번 결합은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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