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리즈 앞에 선 장재록씨. 그에게서 작품은 솔직한 욕망의 표현이자 카타르시스다. |
◇또 다른 풍경. |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가 26일∼9월12일 마련하는 젊은 작가 지원전에서 먹의 모던함을 보여주고 있는 장재록(30)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생각지 못했던 감흥과 마음을 쉬게 할 그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도시는 인간 욕망의 집결체라 현대인은 누구나 솔직한 욕망의 카타르시스를 도시에서 찾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현대인의 휴식이지요.” 그는 오히혀 화려한 색채가 아닌 먹으로 그것을 정제해 내고 있다. 내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문인화나 선화의 먹색을 연상시킨다.
“면천 위에 수만 번의 먹질을 통해 얻어낸 것입니다. 가장 모던하게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제격이지요.”
그에게 자동차와 샹들리에는 전형적인 욕망의 표상들이다. 특히 남성들은 슈퍼카에 대한 로망을 버리지 못한다. “육중한 근육질의 바디에 굉음을 내며 도심을 질주하는 스포츠카를 넋 놓고 바라보는 남성들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모든 남성들이 꿈꾸지만 실현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더더욱 조바심을 내게 만드는 것 같아요.”
고급스러운 슈퍼카에 대한 욕망은 소비적인 물질 만능주의를 살아가는 작가의 솔직한 목소리이다. 작가 또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보편적 남성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사라진 대도시 안에서 풍경을 대신할 수 있는 것들, 예컨대 작가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안겨주며 감탄하게 한다는 면에서 자동차는 그에게 있어서 또 다른 형식의 풍경(another landscape)이 된다.
면천에 먹으로 그려진 자동차들은 번짐과 스밈이 혼재하면서 먹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깊이감을 발산한다. 단색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흡사 그래픽 디자인과도 같이 매우 모던하다. 실제 자동차의 크기에 준하는 사이즈에 가깝게 그려진 작품 앞에 서면 마치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동양화가 가지고 있는 여백의 미도 잃지 않고 있다. 물론 화면을 꽉 채운 자동차 그림에서 배경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전통적인 동양화에서의 여백이 주는 효과다. 화면의 끝까지 색이 꽉 차 작품의 시작과 끝을 한 화면에서 모두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끝부분에서 안개처럼 풀어지는 묘사와 느릿하게 사라지는 먹빛은 화면 밖에도 무한한 배경이 있음을 암시해 준다. 관람객들은 자동차 뒤로, 혹은 도로 뒤로 펼쳐질 무궁한 풍경들을 유추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소원하는 것, 꿈꾸는 것들이란 결국 인생에 있어서의 부록과도 같은 것입니다. 열심히 일한 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라 할 수 있지요.”
단국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샹들리에와 자동차에 이어서 현대사회를 대표하는 소재들을 계속 찾아내 작업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 아트페어 참여도 여러 곳 예약된 상태다. 21일까지 세오갤러리에서 개인전도 갖고 있다.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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