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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패밀리 문화’에 눈멀어… 盧家 ‘풍비박산’

입력 : 2009-04-10 09:43:14 수정 : 2009-04-10 0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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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과 결별 강조하던 親盧 '검은 덫'에 빠진 이유는
“봉하마을 불을 꺼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의혹 불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로 튀면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 9일 오후 노 전 대통령 사저 뒤편에 위치한 봉화산에 불이 나 소방헬기가 출동해 급히 불을 끄고 있다. 봉화산의 한 절 주변에서 난 불은 소나무와 잡목 등 0.1ha 임야를 태우고 40여분 만에 꺼졌다.
김해=이제원 기자
‘검은돈’과의 결별을 그토록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박연차 리스트’에 연루돼 결국 패가망신의 길로 접어들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으나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내 반노 진영의 퇴진 압박에 시달린다. 당시 반노 진영의 공세 명분 중 하나가 “대선 후보가 선거자금을 만들어 오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는 게 노 후보 측근들의 설명이었다.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에게 공천을 받아 1988년 정계에 입문한 그는 1980∼90년대 구정치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한 ‘현실 정치인’이다. 2001년 12월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난번 부산선거(2000년 16대 총선)에서 원도, 한도 없이 맘껏 써봤다”고 털어놔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가 생수회사 ‘장수천’ 경영권을 인수하고, 서울 강남의 고깃집 ‘하로동선’ 운영에 참여했던 것도 ‘정치에 돈이 없으면 안 된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 재임 기간에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개진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러나 상고 졸업의 학력으로 정치권에서 ‘비주류에서도 비주류’의 길을 걸었던 그가 대기업에서 후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심지어 당선자 시절에도 재벌 기업과의 비공식 접촉 창구가 없어 애를 먹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 초선의원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던 지방 중소기업인들에게 의존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정치자금 조달 루트가 대부분 대기업이었던 것과는 달리 집권 후에도 친노 인사들의 돈 거래는 박연차, 강금원 두 사람에게 집중된다.

그간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박 회장 등은 단순 후원자의 관계를 넘어선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박, 강 회장과 여러 차례 골프를 함께할 정도로 가까이 지냈다. 박 회장의 딸은 2003년 청와대 국정상황실 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강금원 회장 회사에 사외이사로 근무하며 급여를 받았다.

이른바 ‘패밀리’ 수준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과의 돈 거래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한 친노 인사는 “인간적으로도 가까워지며, ‘지인’에게 돈을 빌리고 용돈을 받아 쓴다는 차원으로 돈을 받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사법적 잣대로 보면 모두 위법이라는 사실을 간과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결국 자금원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죄의식이 희박해질 정도로 그들과 가까웠다는 점이 참담한 결과를 낳은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던 것일까. 그는 2007년 11월 “구시대의 막내 노릇밖에 할 수 없었다”고 자조적으로 집권 5년을 회고한 바 있다. 자신의 말 그대로 그는 불행한 한국 정치사의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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