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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시대를 앞서 간 ‘임시정부 헌법’

입력 : 2009-04-14 21:54:49 수정 : 2009-04-14 21: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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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원광디지털대 교수
지난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9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안타깝게도 간디와 타고르로부터 격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중국 대륙의 5?4운동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는 3?1운동이 탄생시킨 임시정부 헌법은 그동안 ‘고려장’ 상태였다. 어떠한 이유로도 부모에 대한 고려장이 정당화될 수 없듯이 마땅히 계승될 가치가 분명한 ‘역사적 규범에 대한 고려장’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재 세계의 국가로 자리 잡는 미국이 있게 된 규범적 출발점은 워싱턴을 중심으로 한 민병대가 쟁취해 낸 독립선언서에 기초한 1776년 버지니아 권리장전이다. 버지니아 권리장전과 함께 근대 입헌주의 헌법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제1공화국 헌법은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의 산물이다. 시민혁명이 이룩한 서구의 국민주권적 법치주의 역사는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까지도 지구촌을 도도히 휘감아 돌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은 이러한 서구의 시민혁명에 결코 뒤지지 않는 3?1운동으로 탄생시킨 임시정부 헌법을 9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장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분명 대한민국의 법통이 3?1운동에 기초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음을 명문화하지만 임시정부 헌법의 실질적 계승을 위한 구체적 노력은 지난 90년 동안 없었다. 1919년 3?1운동 직후인 4월13일에 공포된 임시정부 헌법은 수정과 보완을 거듭하며 국민주권주의, 법치주의, 권력분립주의, 기본권보장주의 등 입헌주의 헌법으로서 손색없는 내용을 갖추고 있다.

이 중 21세기 한반도에서 계승할 만한 최고의 가치는 임시정부 헌법이 갖는 이념에 있다 할 것이다. 백범 김구를 중심으로 한 원로그룹의 지원 속에서 조소앙을 중심으로 한 젊은 독립운동가들이 철학적 틀을 정비한 임시정부 헌법 이념은 ‘삼균주의’에 기초한다. 삼균주의는 좌우의 획일적 선택을 거부하고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를 뛰어넘는 제3의 헌법 이념이었다.

국외적으로는 국가 대 국가 또는 민족 대 민족 간의 균등을 지향해 세계 평화주의에 공조하고자 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적 균등(균리권)과 사회문화적 균등(균학권)을 기초로 정치적 균등(균정권)을 지향함으로써 실질적 국민주권과 실질적 법치주의 구현을 목표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은 시대를 앞서 간 탁월한 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이러한 헌법 이념은 만인 상호 간의 투쟁을 멀리 하고 협력을 강조하는 통합주의를 추종한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불과 한 살 위인 이승만 박사를 백범은 평생 ‘형님’으로 존대하며 사적으로 오붓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서남북으로 분열된 우리 민족의 구조적 병폐를 해소하는 데 이만 한 명약이 없다. 멀리는 대치 중인 남북 간 통일 헌법의 이념적 대안으로서는 물론 당장의 세계적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이 안에 있다. 더욱 자랑스러운 것은 프랑스 인권선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통합 헌법 이념인 삼균주의 철학이 세계 통치이념 시장에 내놓을 만한 순수한 국산 이론이란 점이다.

홍원식 원광디지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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