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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고보조 다 받고도 안짓는 '박정희 기념관'

입력 : 2009-06-23 10:25:41 수정 : 2009-06-23 1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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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208억 지원확정에도 7년째 사업 '표류'

사업회 국민모금 부족 해결않고 "언젠가는…"
기념관 터 잡초만 무성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은 2002년 착공된 지 7년이 지났지만 터닦기 공사만 마친 채 중단됐다.
이제원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전직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2002년 착공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7년째 표류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고보조금 200억원, 기부금 100억여원이 투입됐지만 박정희기념사업회 측은 “사업계획서를 다시 수립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2일 기념사업회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산 26번지에 건립 예정인 ‘박정희기념·도서관’ 공사 현장은 2002년 착공 이후 ‘개점 휴업’ 상태다. 터파기 공사만 끝낸 현장은 철골 펜스로 둘러쳐진 채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역사와의 화해’ 차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9년 기념관 건립을 약속한 뒤 국고보조금 200억원을 지원했고, 고건 당시 서울시장은 기념관 건립부지를 제공했다. 같은 해 출범한 기념사업회는 국민모금 500억원을 합쳐 총 709억원을 투입해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모금 실적이 부진하자 기념관 건립이 좌초하기 시작했다. 기념사업회가 2006년 6월까지 모은 민간모금액은 당초 계획한 500억원의 21.5%인 107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경제단체와 대기업에서 기부한 것으로 순수 국민모금은 12억여원에 그쳤다.

터파기 공사 외에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행안부(당시 행정자치부)는 2005년 3월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행안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4월 기념사업회 측에 승소 결정을 내렸다.

4년여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지만 공사가 언제 재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념사업회는 “착공 후 7년이 지나 물가도 많이 올랐고, 그동안 행안부에서 국고보조금을 못 쓰게 해 사업계획서를 다시 만들고 있다”며 사업계획 수립 및 공사 재개 시점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기념관 건립은 애초 계획보다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고보조금은 집행할 수 있지만 국민모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국고보조금을 더 달라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300여억원으로 지을 순 있겠지만 애초 제시된 조감도보다는 훨씬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고보조금을 교부한 행안부와 부지 소유주인 서울시청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업계획서가 다시 제출되면 원 사업취지와 얼마나 달라지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청 측은 “너무 오래된 사안이고, 착공 후 7년째 공사한 게 없어 담당부서가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모금을 낸 일부 기부자들은 기념사업회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팔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총 연건평 5082㎡ 중 기념관 면적은 118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서관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명칭도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이 아닌 박정희기념·도서관이라는 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한모(46)씨는 “18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온 박 전 대통령 자료를 1188㎡에 전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졸속 기념관’을 짓겠다는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국민은 이러한 실상을 모르고 단지 기념관을 짓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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