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협력 사업 대상 국가 선정시
전문가 체계적 참여 위한 제도 필요
역량은 기본, 문화 특성도 고려를
우리나라는 2010년에 선진 공여국들의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함으로써, 원조를 받는 수원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공식 전환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2010년 국제개발협력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2024년 공식개발원조(ODA) 예산은 6조원에 달하고, 46개의 기관을 통해 1976개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와 세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그간의 공과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을 정립할 때가 되었다.
ODA 사업과 관련하여 개발도상국에서 요청이 많은 분야의 하나는 우리나라가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데 핵심 역할을 했던 우리 교육제도와 경험 공유이다. 협조 요청이 크게 늘고 있는 교육 분야 국제협력사업이 개도국과 우리 교육 발전에 더 크게 기여하게 하려면 다음의 몇 가지 제도 개선, 사업 수행 기관 및 참여자의 자세와 인식 전환 등이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관련 국제협력 사업 대상 국가 선정, 사업 계획 수립 및 추진 과정에서 폭넓은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사업 총괄기구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교육부, 교육청 협의회, 대교협, 교직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협력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렇게 하면 국제협력 목적과 함께 국내의 필요도 충족시키는 보다 타당한 사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가령 교육부, 대학, 교육청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외국과의 교류 및 외국 학생 유치에 도움이 되는 사업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교육청 및 연구기관은 외국과 폭넓고 깊이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상 국가 및 지역의 이해관계자를 접촉하고 참여를 유도할 때 코이카가 가진 인력 부족의 문제를 극복하기가 쉬울 것이다.
교육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제도와 문화적 특성에 부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 집단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 문화 및 사회 전문가도 참여시켜 협력 프로그램의 문화적 민감성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기대한 효과가 아니라 저항 혹은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키우게 될 것이다.
하나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역량이다. 원조를 주는 공여자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협력자라는 관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필자가 코이카 사업의 일환으로 강연에 임할 때마다 연수자들에게 부탁했던 것이 있다. 한국 것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서로의 교육제도 및 경험을 공유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협력의 시간이 되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취지하에 한국교육을 간단히 소개하면서 경험을 공유하면 모두가 좋아했다.
지난 8월에는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에 가서 교수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강연을 준비하다 보니 내가 경험했던 과거의 외국 교수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교수와 비교해 역량이 크게 뛰어난 것 같지도 않은 외국인 교수가 소위 선진국의 대학에 재직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강연하는 것을 볼 때면 여러 생각이 교차하곤 했다. 뻔한 내용을 이야기할 때, 특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라며 제안을 할 때면 실망스러웠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인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 교수 중에는 나와 비교할 수 없게 뛰어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다만 이들이 원조를 받는 나라에 살기 때문에 공여국에 거주하는 내 강의를 듣게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 내가 무능한 선진국의 교수로 보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사업의 성공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사업 모니터링 및 사업 평가를 할 때 수원국 관계자 및 참여자의 반응을 보다 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면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과 사람들의 인식과 마음가짐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상의 개선 노력을 한다면, 교육 분야 국제협력사업은 우리와 세계 교육 발전의 핵심 엔진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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