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교장 복원은 건물만 복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굴절된 한국 현대사를 복원하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건물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 있는 2층짜리 고풍적인 건물이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중국에서 임시정부 망명 생활을 마치고 환국한 뒤 거주한 곳, 바로 경교장이다. 26일은 김구 선생이 꼭 60년 전 경교장에서 안두희의 총탄을 맞고 서거한 날이다.
경교장은 김구 선생의 서거 이후 6·25전쟁 당시 미군 병원 주둔지로, 전후에는 베트남 대사관저 등으로 쓰이다가 1968년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 인수됐다. 경교장 내 국무회의장은 원무과로, 김구 선생 집무실은 의사 휴게실로 사용되는 수난이 시작됐다.
김 대표는 “경교장은 임정 요인들이 환국 이후 첫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최초의 남북협상을 추진한 곳으로,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이자 한반도에 유일하게 남은 임시정부 유적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유서 깊은 경교장이 무참히 훼손된 채 병원 건물로 쓰이는 데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유적지를 자신들의 비용을 들여 고스란히 복원해 우리나라 관광객이 매년 40만명 넘게 찾고 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지난 96년 경교장 소유권을 가진 삼성이 이 곳에 17층 규모의 병원을 신축하겠다면서 철거 계획을 밝힌 게 김 대표를 경교장 복원운동으로 내몰았다. 80년대부터 김구 선생의 암살 진상규명 운동을 해 오던 터에 현장 보존이 더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철거부터 막아야 했다. 그래서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문화재 지정에만 꼬박 5년이 걸려 2001년에야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문화재로 지정만 됐을 뿐 경교장은 여전히 병원의 일부일 뿐이었다.
그는 “말뿐인 문화재 지정으로 철거를 면했을 뿐 김구 선생 집무실은 직원들이 바둑을 두는 곳이었고 이시영 선생의 사무실은 화장실이었다”며 “복원작업이 너무도 시급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노력으로 지난해 서울시는 경교장 복원계획을 발표했고, 소유주인 삼성생명은 지난 4월 경교장 전체를 서울시에 무상임대하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완전 복원을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백범 선생을 꼽으면서도 경교장 복원에는 무관심했다”며 “지금은 시내버스를 타면 강북삼성병원과 함께 경교장을 안내하는 방송이 나오는데,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안내방송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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