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4억년 전 형성 천곡동굴 태고의 신비 선사
본격 무더위와 휴가철이 코앞이다. 이맘때 강릉과 동해, 속초 등이 휴가철을 대표한다. 강릉만 하더라도 여름에 이곳에 다녀가는 이들이 1000만명을 헤아린다. ‘동대문 밖 강릉’이라고 했던 옛말이 빈말은 아니었다. 휴가철을 앞두고 강릉과 동해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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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하게 내려오던 계곡물도 오대산소금강의 식당암 앞에서는 느린 ‘안단테’ 물소리를 연주한다.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물소리가 짙은 녹음에 잠기는 동안, 명승지를 찾은 젊은 청춘이 가쁜 숨을 잠시 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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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소금강의 계곡물과 바위가 만들어낸 연화담. |
마침 기상청이 여름 날씨 예측이 어렵다며 장마 예보를 내보지 않기로 하는 판에, 바다가 아닌 곳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을 터다. 강원도 영동 지방, 더 나아가 휴전선 이남 지방에서 꼽히는 ‘명승지’를 찾기로 했다. 강원도에는 북한에 있는 금강산을 제외하고, ‘금강’에 버금가는 이름을 지닌 두 곳이 있다. 오대산소금강과 속초의 무릉계곡이다.
강릉 시내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달리자 연곡면의 오대산 입구가 나온다. 눈치를 보며 내리는 듯 비가 오락가락하는 평일 오후이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차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다. ‘강릉소금강’ 혹은 ‘명주소금강’으로 불리기도 하는 오대산소금강은 우리나라 명승지 1호다. 오대산에 편입되기 전인 1970년에 지정됐으니, 한 세대 전의 이야기다. 오대산소금강에 이어 명승 2호와 3호로 지정된 게 경남 거제도의 해금강과 전남 완도의 구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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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계곡의 시원한 물이 넓은 암반 위를 적시며 내려간다. |
강릉이 고향인 율곡 이이가 ‘청학산기(靑鶴山記)’에서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산세가 빼어나다고 해서 붙인 ‘소금강’이란 이름이 타당해 보인다. 아름다운 이곳에 설렘의 탄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율곡보다 앞선 10세기에 통일신라의 마의태자는 망국의 한을 풀기 위해 이곳에 ‘아미산성(峨嵋山城)’을 쌓았다. 오대산소금강 관리사무소 (033)661-4161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의 동해안 절경을 감상하고, 동해시 삼화동의 두타산의 ‘무릉계곡’을 찾았다. 무릉계곡은 ‘무릉도원’ 혹은 금강산에 견주는 곳이다. 무릉계곡의 자랑은 쌍폭포와 용추폭포. 계곡 입구에서 용추폭포까지 걸리는 시간은 40분. 주차장에서 3km가 채 안 되는 곳에 자리한 이곳의 물줄기는 3층으로 돼 있다. 쏟아지는 폭포의 모습과 그 소리만으로 강원도에 발을 들여놓은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는다.
이곳의 절경에 취한 이들은 도회지 사람만이 아니다. 김학기 동해시장은 ‘무릉계곡’을 가리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람에게 동해를 알리고자 하는 희망을 담은 비유이겠지만, 기암괴석과 폭포가 조화를 이룬 고장에 대한 ‘나름의 예의’가 표시된 말인지도 모른다. 무릉계곡 주차장을 출발해 두타산성∼두타산 정상∼박달령∼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 코스는 8시간이 걸린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033)534-7306
동해의 또 다른 자랑은 천곡동굴. 도심지에 있는 동굴로는 이곳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4억∼5억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석회암 수평동굴로 길이는 1400m에 달한다. 가을 날씨만큼이나 시원한 동굴 내부가 태고의 신비를 선사한다. 친절한 직원들의 태도가 시원한 기분을 더하게 한다. 석주 ‘샘실신당’ 앞을 재잘거리며 지나는 아이들의 표정도 밝다. 천곡동굴 관리사무소 (033)532-7303
숙소인 강릉으로 돌아가면서 추암바위를 들러본다.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인 이곳을 ‘눈’과 ‘마음’에라도 담아가기 위해서다. 바다를 배경으로 든든하게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촛대바위와 형제바위가 자랑스럽다. 애국가가 만들어지기 훨씬 이전인 조선시대에 이곳을 찾은 우암 송시열도 촛대바위와 형제바위의 기개에 반했다고 한다. 추암의 바위들이여, 밤마다 애국가를 배경음악으로 동해를 보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한밤에도 그대들은 외롭지 않겠다.
강릉·동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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