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충격… 참석자들 엄중 경고할 것”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이어진 북한의 무력시위로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지난 6월 초 대전 계룡대 인근에서 육군 장성들이 군인사를 둘러싸고 심각한 다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자리의 선임자가 육군 내 인사를 총괄하는 인사사령관으로 밝혀져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군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9일 H 인사사령관(중장·육사32기) 주도로 계룡대 인근 한 식당에서 H 사령관과 L 부장(준장·〃33기), P 처장(준장·〃35기), K 법무실장(준장·〃39기) 등 육군 장성이 저녁을 겸한 술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회식 자리는 K 전 육사교장(중장·〃30기)의 조기전역 결정에 따른 성토장으로 변질됐다. 원래 K 전 교장의 전역예정일은 오는 11월 말이었지만, 군이 정체된 중장 진급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5개월 앞당겨 지난 6월 말 조기전역자로 분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원’에 의한 진급 기준에 따라 ‘자리가 있어야 진급을 시킨다’는 국방부의 인사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무보직 장성들의 자동 전역을 유도한 조치였다. 육사 교수 출신인 참석 장성들은 육군 법무병과 수장인 K 실장에게 K 전 교장의 조기전역 배경을 따져 물었다.
이에 K 실장은 “국방개혁 2020에 의거해 군인사법 37조 1항4호에 병력 감축시 병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고, K 전 교장이 군단장을 마치고 다음 보직을 받지 못하면 후배들을 위해 용퇴한다고 서약서를 쓴 만큼 법적으로 조기전역 조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내용을 국방부에 통보했더니 육군에서 ‘알아서 하라’고 해 육군본부에서 전역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것이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러자 P 처장이 “국방부 명령만 받고 전역심사위원회를 연 것 아니냐. (중장) 공석을 왜 더 못 만드느냐. 니가 뭔데 육사교장을 자르냐”는 등 험담을 하며 K 실장에게 불만을 터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오해”라며 K 실장이 재차 전역심사위 개최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번에는 “너 장관하고 잘 지낸다며, 잘해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발끈한 K 실장이 “그것이 무슨 죄가 됩니까”라며 응수하자 참석자 중 한 명이 K 실장을 향해 술을 뿌리고 술잔을 던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변 위협을 느낀 K 실장은 급기야 헌병인 S 육군 수사단장(준장·육사37기)을 부른 뒤 자리를 떠났고 이후 상황은 일단락됐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술자리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장성들이 법무실장에게 대놓고 인사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또 이 같은 자리에 인사사령관이 있었다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육군 관계자도 “북 도발 움직임으로 전후방 따로 없이 전군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장군들이 인사 불만을 격하게 표출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방장관에게 보고됐으며, 육군총장은 회식 참석자들에게 엄중 경고조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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