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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이중적인 전쟁관 고발하고 싶었다”

입력 : 2009-07-24 11:17:36 수정 : 2009-07-24 1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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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야스쿠니’ 국내 개봉 앞두고 방한 中 리잉 감독

‘反日영화’ 낙인 지난해 日서 상영금지 소동 일기도

“日王 숭배·무사도 정신이 전범자=영웅 만들어”
“증오가 아닌 사랑에서 비롯한 영화입니다.”

다큐멘터리 ‘야스쿠니’의 국내 개봉(8월6일)을 앞두고 방한한 리잉 감독(46·사진)은 23일 “야스쿠니신사라는 문을 통해 일본인의 이중적인 전쟁관, 역사관, 세계관을 일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는 일본인들의 정신적 보루인 야스쿠니신사와 그곳을 찾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관찰해 스크린에 담은 작품이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군복 차림으로 도열해 참배하는 남성들의 모습, 식장에 난입한 청년이 난투극에 말려들어 피를 흘리는 장면 등이 포함돼 일부 극우세력으로부터 ‘반일 영화’라는 낙인이 찍혀 지난해 5월 일본 개봉 당시 상영금지 소동이 일기도 했다.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리잉 감독은 공영채널 CCTV에서 티베트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당국과의 갈등으로 1989년 일본으로 건너온 뒤 줄곧 머무르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처음엔 난징대학살을 소재로 작품을 찍으려고 했는데 일본인들과 태평양전쟁, 식민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벽이 느껴졌다”면서 “중국인인 나로서는 결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긴 명백한 가해자가 일본인들에게는 일왕과 국가, 국민을 위해 희생한 영웅으로 치부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인의 이 같은 태도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궁금했다. 일왕(‘국화’)을 국가의 ‘얼굴’이자 ‘체면’으로 여기는 일본 특유의 정서와 영예·아름다움·죽음(‘칼’)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의 근원을 캐다 보니 야스쿠니신사와 맞닥뜨리게 됐다.

그는 야스쿠니신사에 묻힌 전범자의 영혼을 담는다는 칼을 납품하는 가리아 나오하루와의 뜨악한 만남을 잊지 못한다. 촬영 당시 “난 칼 만드는 장인일 뿐 정치나 이데올로기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던 그 92세 노인은 ‘쉴 때 어떤 음악을 듣느냐’는 감독의 물음에 일왕의 목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었다.

이 영화는 일본인이 역사와 세계,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지식과 인식틀을 갖길 바라는 일종의 러브레터라고 말하는 리잉 감독. 그는 한국 관객에게도 “어찌 보면 반일감정이라는 것도 전쟁 후유증입니다. 이해하기보다는 재단하고 결론을 내리니까요. 이 영화가 감정이 아닌 진실을 통한 관계맺기의 가교가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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