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작가 14명의 다양한 장르 작품 50여점 선봬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작가들의 작업방식을 다양화시키고 있다. 자신만의 예술적 감각과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사진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조각과 회화, 설치의 특성을 지닌 작업들을 보여준다. 장르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장르적 혼합과 연출은 실재와 허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실과 비현실, 사실과 이미지라는 양쪽을 오가며 관람자에게 흥미로운 감각적 경험과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강영민의 ‘KMJ의 얼굴들’ ◇이명호의 ‘Tree #2’ |
전시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 입체와 사진의 경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이미지, 영화(연극) 같은 사진 등 4개의 주제로 이뤄졌다.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는 배준성 유현미 이명호 장유정 조병왕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품 제작과정에서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적이거나 조각적인 기법을 함께 활용하여 회화적인 사진, 혹은 회화인지 사진인지 모호한 평면작업을 선보인다.
◇김준의 ‘Bird Land-Chrysler’ ◇전소정의 ‘The Finale of a Story #5’ |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에서는 김준 이중근 임택의 작품이 소개된다. 작가들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거나 변형, 합성하여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관람객들은 이들의 작품이 컴퓨터로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한 이미지들로 표현되는 허구의 세계, 착시 효과뿐만 아니라 작가적인 상상력과 유머, 위트 등에 주목하게 된다. 시각적인 즐거움이나 유머, 그 이면에는 매스미디어와 인간의 욕망에 대한 비판적 통찰이 담겨 있다.
끝으로 ‘영화 같은 사진, 연극 같은 사진’에서는 정연두와 전소정의 작업이 전시된다. 두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진이라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 영상을 활용해 사진의 이면에 숨겨진 과정을 정교하게 노출시켜 관람자들의 자유로운 작품해석을 유도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사진 이외의 장르에서 출발하여 자신만의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활용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장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예술적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02)418-1315
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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