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후원자·가족 계좌 샅샅이 추적… 증거확보 총력
공대위 “영장 핵심 혐의내용 바뀌어… 수사부실” 맹공 검찰이 대한통운 전 사장 곽영욱씨에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명숙 전 총리를 체포한 가운데 구속영장까지 청구하는 ‘강공’을 택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야당의 반발과 한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구속기소쪽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가 공개된 지난 4일 이후 세 차례 자진출석 요청을 거부한 한 전 총리를 18일 체포했다. 한씨 측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씨 체포영장에는 “2006년 12월 ‘석탄공사 사장에 취임하도록 도와 달라’는 청탁과 함께 곽씨에게서 5만달러를 받았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곽씨는 석탄공사 사장에 임명되지 못하고, 이듬해 남동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이 때문에 한씨가 받은 5만달러는 남동발전 사장 임명 로비 대가로 알려졌는데, 공대위는 이런 ‘혼선’을 두고 “곽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남동발전 사장 로비 혐의로 수사했고 이를 언론에 흘렸는데, 핵심 혐의 내용이 바뀐 건 수사가 부실하다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로비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청탁과 함께 돈이 건네졌다면 ‘특가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다 3000만원 이상의 뇌물이 건네진 대부분의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에 미뤄 일각에선 이번에도 같은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강공’을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제껏 자진출석 등 검찰 수사를 거부한 한씨가 입을 닫은 마당에 굳이 정치권의 맹공을 무릅쓰며 ‘구속 수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체포영장을 발부해준 법원이 구속영장까지 허락한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 기각이라도 되면 이제껏 ‘정치탄압’이라고 반발해 온 야당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게 뻔하다.
이날 검찰조사 직전 한씨 공동변호인단에 소속된 박주선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명이 특수2부장실에서 김주현 3차장과 한씨가 마주한 자리에 동석해 수사에 대해 강력 항의한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로 인해 검찰이 ‘전직 총리’ 예우 차원에서 한씨를 체포영장 시한(48시간)이 끝나는 다음주 초쯤 불구속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야 수사 균형’ 차원에서 ‘골프장 로비’에 연루된 한나라당 공성진·현경병 의원도 함께 불구속기소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칼을 빼든 검찰로선 한씨와의 ‘법정 싸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씨에게 후원금을 낸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 계좌까지 샅샅이 조사한 만큼 범죄사실 입증까지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지 않을 눈치다.
결국 검찰이 곽씨 진술 외에 한씨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얼마만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법정 공방의 승패는 갈릴 전망이다. 한씨 변호인단도 곽씨 진술의 신빙성을 깨는 데 주력하면서도 검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한 만큼 영장 기재 내용을 최대한 빨리 확인한 뒤 재판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 일부를 공개해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나선 것도 재판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적 판단이란 분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