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은 없을 것이란 기대는 8년 만에 깨졌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생겼다. ‘비상계엄’이라는, 영화에서나 보고 들었던 비현실적인 단어가 현실에 튀어나오더니 탄핵소추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여야 대립으로 아슬아슬하던 때 기름을 부은 꼴이다.
걱정되는 건 경제다. 8년 전 당시 소비와 생산이 위축됐고, 다음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었다. 혼란은 피할 수 없었고 겨우 중심을 잡아갔다. 문제는 현재는 그때보다 더 나쁘다는 점이다. ‘하필’이 여러 개 겹쳐있다.
하필 지금 국내 경제는 각종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도는 1%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침체해 있다. 2016년 GDP 성장률은 2.9%였다.
국내 경기를 좌우하는 주요 지표도 안 좋다. 가장 최근 발표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모두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두 달 연속 줄었다. 그나마 반도체 생산만 받쳐주고 있다. 소매판매도 두 달째 줄고 있고, 투자도 전달보다 감소했다. 2016년엔 소비에 타격은 컸으나 투자는 괜찮았다.
비상계엄 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치솟았다. 2016년 12월엔 1200원대였다.
이런 와중에 하필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출범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통상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보편 관세 부과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변경 등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트럼프 1기 때 우리나라 수출은 2016년 4954억달러에서 2020년 5124억달러로 3.4% 늘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수출에 큰 충격이 없겠지 하는 것은 요행이다.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된다. 실제 실행될지를 지켜봐야 한다지만, 실행할지, 말지 모르는 불확실성 자체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이다.
하필 이럴 때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안 가결이라는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긴장과 불안 속에서도 경제 시계는 돌아가고 있다. 기업들은 내년을 준비하며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공장에서는 제품이 계속 만들어지고, 도로, 철도, 하늘길, 바닷길을 따라 이동한다. 소상공인들도 어쨌든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당분간 국내외 상황은 한 치 앞도 모르게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각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국내외 사업장과 근로자를 관리하고 생산활동을 지속한다. 시민들도 연말 모임과 소비 등으로 일상을 찾는다면 소상공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는 불필요한 규제는 걷어내고, 지원은 신속하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등 민생 안정 입법이 필요하고, 상법 개정이나 국회증언법 등 경영에 부담이 되는 법안은 신중해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움직여야 한다. 경제 시계가 삐걱거리지 않게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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