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라도 빨리 편하게 해주고 싶었다.”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80대 아버지 A씨가 밝힌 범행동기다. 재판을 맡은 일본 오쓰지방재판소(지방법원)은 그의 사정에 수긍해 온정적인 판결을 내렸다. 30년 넘게 헌신적으로 간병했으나 자신의 죽음 이후 아들이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걱정해 범행에 이르렀다는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아내를 죽인 남편에게 법원이 비슷한 판단을 내린 사례도 최근 있었다. NHK방송은 비슷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보호자가 부재해도 누군가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NHK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아들의 목숨을 빼앗았다. 아들은 16세 때 학교 축구부 연습 중 트럭에 치인 사고 후유증으로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고, “응” 정도의 소리를 낼 뿐 말도 하지 못했다. A씨는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돌봤다. “기적을 믿었다”고 한다. 아들을 본 의사나 개호시설 관계자들이 “이렇게 깨끗한 몸을 처음 봤다”고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이 80세를 넘고, 큰 병을 갖게 되면서 절망하게 됐다. 그는 재판에서 “내가 돌보지 못하면 아들은 괴로워하다 죽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같이 죽자”고 말했고, 아들은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서 동의를 표시했다. 아들이 죽은 후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오쓰지방재판소는 “오랫동안의 헌신적인 간병을 주변에서도 인정하고, (아들의) 회복을 간절히 원하던 중에 돌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의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구마모토지방재판소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있었다. 60년 간 해로해 온 아내를 죽인 남편에 대한 것이었다. 남편 B씨는 척수병을 앓던 아내가 지난해 골절상을 입은 이후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반복하자 끝내 범행에 이르렀다. 부상을 입은 후 힘들어하는 아내가 생각을 고쳐먹도록 여러가지로 노력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자신도 녹내장 등의 지병을 앓고 있던 B씨는 사건 당일 “오늘 갈까”라고 말했고, 아내는 범행 도구가 된 스카프를 스스로 건넸다고 한다. 구마모토지방재판소는 “범행 경위, 동기를 고려하면 동정의 여지가 있다”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보호자가 자신의 부재시 피보호자가 처하게 될 가혹한 상황을 심각하게 걱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NHK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주변의 관심을 촉구했다. NHK는 “간병에 대한 A씨의 고민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거의 없었고, B씨 사건에서는 친척이 있으면서도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않아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한 발 먼저 다가서는 형태의 지원시스템 구축이나 지원을 요청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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