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성북동 길상사의 행지실 앞. 행지실 쪽에서 목탁 소리와 요령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합장한 채 "나무아미타불",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는 신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스님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듯 행지실 주변의 대나무가 크게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두 번 거세게 불었다.
4분 후 위패와 영정을 든 스님들이 차례로 행지실 밖으로 나오고 뒤이어 법정스님의 법구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자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시민ㆍ불자들의 염불 소리에는 울음소리가 섞여들었다.
법정스님이 이날 대중에게 보여준 마지막 육신의 모습은 스님이 평소에 말했던 '무소유' 그 자체였다.
'강원도 오두막에서 평소에 사용하던 대나무 평상에 올려서 화장하라'던 스님의 평소 뜻을 받들어 다비준비위원회는 강원도 오두막에서 평상을 가져오려 했지만, 눈이 내려 접근이 불가능해지자 똑같은 모양의 평상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누우면 꼭 맞는 좁은 평상 위에 모셔진 법정스님의 법구는 갈색 가사 한 장으로 온몸을 감싼 모습이었다. 근사한 관도, 꽃 장식도 없었다.
매서운 봄바람 속에 입던 승복 그대로 가사 한 장을 덮은 법정스님의 마지막 모습에 여성 신도들은 "스님 추우시겠다"고 안타까워하며 흐느꼈다.
성북동 골짜기 길상사에 이날 모인 인원은 8천여 명. 먹구름 낀 하늘 아래 스님의 법구가 극락전을 향하는 걸음걸음마다 땅에 엎드려 절을 하는 시민이 속출했고,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나무아미타불" 소리는 점점 커졌다.
법정스님의 법구를 멘 스님 10명이 극락전 앞에서 무릎을 세 번 구부렸다 펴 부처님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 것을 끝으로, 법정스님의 법구는 곧바로 영구차에 모셔졌다.
많은 시민이 법구가 모셔진 영구차를 어루만지며 울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영구차는 곧바로 길상사 산문을 통과했고, 신도들과 인사를 나누는 듯 잠깐 멈춰 섰다가 이날 낮 12시께 곧바로 송광사로 향했다. 신도들은 줄지어 큰길까지 영구차를 뒤따랐다.
법정스님의 법구는 송광사에서도 13일 조촐한 다비를 치를 예정이다. 다비식에서는 큰스님들의 장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만장도 사용하지 않는다. 법정스님은 자신이 창건한 절 길상사를 나서던 모습 그대로 불 속에 몸을 맡기게 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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