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서방 어뢰說에 “괜한 오해 살라”
일각선 선거 앞두고 ‘靑 압박’ 분석도 10일 오전 김태영 국방장관이 갑자기 국방부 기자실을 찾았다. 지난 3월31일 기자실을 방문, 간담회를 가진 지 40일 만이다. 당시 김 장관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추측보도 자제를 요청하다가 의도는 알 수 없으나 “합참의장은 KTX에서 휴대전화로 최초 상황보고를 받았다”는 얘기를 끄집어내 군수뇌부의 적절치 못한 초기대응이 도마에 오르는 단초를 제공했었다. 부담을 느낀 탓인지 이후에는 일절 언론과의 접촉을 피했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이 본인 의사에 의한 것이었는지 의문과 함께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의 기자실 방문은 합조단 조사 결과 중 일부 사실이 언론에 새나갔고, 이 과정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내용까지 전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조단이 침몰 원인이 ‘비접촉성 외부폭발’이라고 공식 발표했는데도 일각에서 아직도 ‘좌초설’ 또는 ‘좌초 후 충돌설’을 주장하고 있어 장관이 직접 해명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이날 “근거 없는 추측성 논란은 원인이 규명된 후 우리의 대응과 후속조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모든 이해관계를 떠나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추측성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어뢰 제조에 사용되는 RDX라는 화약성분이 검출됐고, 절단면 인근에서 수 개의 알루미늄 조각이 발견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RDX가 서방세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천안함을 타격한 어뢰가 서방어뢰로 판명돼 국민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을 걱정하는 눈치가 엿보였다.
◆또다른 배경 없나=이날 장관의 해명은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었다. 합조단의 침몰 원인 조사와 관련해 언론에 대한 포괄적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 요청 시기를 놓친 국방부가 뒤늦게 책임을 언론에 돌리며 후속조치의 부작용과 국민 혼란을 들먹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굳이 장관이 평소 하지도 않는 브리핑을 자청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선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음모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6·2 지방선거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군을 압박했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장관의 기자실 간담회는 지난 9일 청와대가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구성을 결정한 직후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 “언론보도도 이유 중 하나지만 사실은 인터넷 매체나 온라인 등에서 좌초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데 따른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날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자료를 배포하면서 추가 설명자료에 화약성분에 대한 내용보다는 좌초설과 관련한 내용을 장황하게 언급했다. 여기에 천안함 침몰 초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혀 사퇴설이 나돌았던 장관이 유임을 암시받고 사태 진화에 적극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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