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갔다 들어오면 엄마가 없어요. 대신 동생이 막내를 보고 있어요”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안산의 한 주택가. 집 안은 여기저기 쌓여있는 옷가지와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민아(가명, 13)는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동생을 돌본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막내 민지(가명)는 5살임에도 갓난아기처럼 말을 못하고 기저귀를 차야 한다. 어느날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모텔에 두고 다시 사라진다. 아이들은 낯선 모텔방에 갇혀 엄마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제작진에 전화를 건다. 엄마는 아이들만 두고 어디를 간 것일까.
◇부모의 방임은 시기를 놓치면 아이들에게 평생 회복하기 어려운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심각한 가정 문제다. KBS 제공 |
11살 준원(가명)이의 엄마는 아이의 사회성이 떨어진다며 심리검사를 요청했다. 부유한 환경에 성적도 우수한 준원이는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하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에게 심한 적대감이 있다. 맞벌이를 하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었다. 엄마와 준원이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KBS 2TV ‘추적60분’은 26일 오후 11시15분 ‘위기의 아이들’ 시리즈의 3편 ‘실태보고-나홀로 아이들’을 방송한다. 방송은 최근 저소득층의 아동 방임도 문제지만 일반 가정의 일상적인 정서적 방임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임당한 아이들은 성격 장애가 나타나거나 지능 발달이 늦다. 지나치게 많이 울고 매사에 짜증을 부리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엄마의 산후우울증으로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보통 만 6세가 넘어가면 아이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해도 늦는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부모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작진은 아이들의 상태를 점검해 보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임상심리검사를 진행했다. 제작진은 “아이 방임은 시기를 놓치면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남길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아이를 방치한 부모의 원인은 무엇이며 대책은 없는지 모색해 본다”고 밝혔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