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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기준 논란] 하급심 오판 탓 억울한 옥살이도…인권침해 우려도

입력 : 2010-06-21 09:43:06 수정 : 2010-06-21 09: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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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형벌'…법원 내서도 "기준이 뭐냐" 불만 높아
양형기준·재판실무지침 등 요건 강화 남발 방지를
장모씨는 2008년 여자친구의 옛 애인이 휘발유를 몸에 끼얹은 채 찾아와 “분신하겠다”고 위협하자 라이터를 던져준 일이 문제가 돼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동부지법은 그해 4월 장씨한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3개월 후 항소심은 “자살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장씨는 비록 풀려났지만 3개월간 구치소에 갇힌 쓰라린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법정구속은 전적으로 판사 재량에 달려 있다. 언제, 어느 때 법정구속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법관들조차 제각각이라 “도대체 기준이 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법정구속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법정구속 시점을 가급적 상급심으로 늦춰 피고인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법정구속, 판사마다 제각각=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A판사는 20일 “법정구속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1심에서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하면 전부 법정구속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엄격한 심리를 거쳐 유죄 심증을 형성했다면 엄정한 양형 차원에서 바로 형벌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난해 서울고법 배석판사를 지낸 B판사도 ‘무관용론’을 내세워 법정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미한 범죄라도 혐의가 법정에서 입증돼 실형 선고 사유가 된다면 바로 집행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형사재판할 때 실형을 선고하면 무조건 법정구속했다”고 소개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C판사는 다소 ‘온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재판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입장에 처한 피고인이 많은데, 정말 모진 마음을 먹지 않으면 법정구속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구속은 사실상 형벌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며 “판결 확정 전에는 피고인이 가급적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억울한 옥살이’로 인권침해 우려=법정구속이 명확한 기준 없이 법관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재량에 따라 이뤄지다 보니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는 피고인은 불안하기만 하다. 1심에서 법정구속됐다가 상급심에서 풀려난 이들은 “경륜이 부족한 하급심의 오판 탓에 억울한 옥살이만 했다”고 하소연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 강화와 불구속재판 확대로 구속 시점이 수사에서 점차 재판 단계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그럴수록 법원 양형기준이나 형사재판 실무지침서 등에 법정구속 요건을 명확하게 하며, 피고인 인권보호 차원에서 무분별한 법정구속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 법관의 오판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법정구속을 하더라도 가급적 2심 이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많다.

판사 출신 조용주 변호사(사법연수원 26기)는 “1심에서 단 한 건이라도 오판 위험성이 존재하는 한 애꿎은 구속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급적 1심에선 법정구속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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