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질 때 하는 인사말인 사요나라는 우리말로 '안녕히 계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안녕' 정도로 해석된다.
'일본인은 헤어질 때 왜 사요나라라고 말할까'(어문학사 펴냄)는 이별의 단어 사요나라를 통해 일본인의 독특한 사생관(死生觀)과 의식세계를 분석한 문화탐구서다.
저자인 다케우치 세이치(竹內整一) 도쿄대 교수는 사요나라의 어원부터 추적한다.
사요나라는 '사라바'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 '그러면, 그렇다면, 그럼'을 뜻하는 접속사였다.
다케우치 교수는 '앞서 일어난 일과 뒤에 일어날 일을 잇는' 접속사였던 사요나라가 헤어질 때 쓰는 인사말이 된 것은 앞의 일이 정리되어야 비로소 그다음 일을 할 수 있다는 일본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요나라에는 영원한 이별인 죽음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태도도 반영돼 있다.
삶과 죽음은 단절된 것이 아니며 삶이 자연스럽게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일본인의 사생관이 앞부분과 뒷부분을 이어주는 접속사였다가 이별의 인사말이 된 사요나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사요나라는 이처럼 일본인의 의식세계가 함축돼 있는 인사말이지만 일상 대화에서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다케우치 교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헤어질 때 일상적으로 썼던 사요나라가 오늘날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이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현재 사람들이 사요나라를 쓰는 경우는 기껏해야 남녀가 이별하거나 장례식장에서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정도라는 것.
"과연 오늘날 사람들은 사요나라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일까? 별로 들어본 적도 없거니와 어떨 때 쓰이는 말인지 떠올리기도 힘들다. (중략) 이 말은 곧 이별을 자각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과 같다. 비극적인 일이다."
서미현 옮김. 26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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