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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또… 한나라 '성희롱 악몽'

입력 : 2010-07-21 09:35:53 수정 : 2010-07-21 09: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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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의원 “다 줄 생각해야 하는데 아나운서 할래?” 발언 파문
與 “재보선 악재 차단” 이례적 신속 징계
강용석 의원 “왜곡보도… 법적 조치할 것”
한나라당에 ‘성희롱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것도 7·28 재·보궐선거를 1주일여 앞두고서다. 엉뚱한 곳에서 악재가 터진 격이다. 강용석 의원의 여대생 성희롱 발언이 20일 중앙일보에 보도된 뒤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를 비롯 여권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파문은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까지 물고 들어간 부분은 그에게 치명적이다. 한나라당이 발빠르게 강 의원을 제명한 것은 사안의 휘발성을 감안한 시급한 불끄기로 보인다. 민주당은 “성희롱 전문당”이라 비난하며 쟁점화에 나섰다.

◆‘성희롱’ 발언 전말과 해명=중앙일보는 강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성희롱·성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강 의원은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했다.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한 여학생에게는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했고, 이어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심사위원들은 (토론) 내용을 안 듣는다. 참가자들의 얼굴을 본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를 보도한 중앙일보에 대해선 “완전히 왜곡된 내용”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 보도 내용에 대해 “그 학생이 아나운서와 기자 중 어느 것을 하는 쪽이 더 맞는지 고민이 된다고 물어봐 기자가 더 낫지 않겠느냐고 개인적 의견을 밝혔을 뿐”이고, 대통령 부분에 대해선 “위 학생이 청와대 초청 만찬에 참석한 사실이 있어 그때 얘기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여대생 성희롱 파문 당사자인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혔다. 강 의원은 “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범석 기자
◆한나라, 신속한 진화=한나라당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제명 결정을 내린 것은 당 전체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특히 7·28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의지가 읽힌다. 과거 수차례 ‘성희롱·성추행’ 논란으로 고초를 겪은 터다.

사실관계는 윤리위가 어느 정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주성영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프라이버시에 관련된 내용이라 밝히기 곤란하다”면서도 “여대생 통화는 불가능했으나 다른 경로로 당사자 의견을 확인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강 의원이 윤리위에서 성적 수치심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위원회는 그렇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고도 했다. 이날 윤리위에는 전체 11명 중 위임장을 받은 사람을 포함, 7명이 출석해 전원 제명에 찬성했다.

이날 오전 여권은 격앙된 분위기에서 분주하게 돌아갔다. 안상수 대표는 출근하자마자 지도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윤리위 소집을 지시했다. 청와대에선 “어떻게 그런 사람이 배지를 달았느냐”, “누가 공천했느냐”는 험한 소리들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전체 여성 의원들은 “상응한 조치를 취해 달라”며 가세했다.

◆‘맹공’ 나선 야권, 여성계, 아나운서들=민주당 등 야권은 ‘제2의 최연희’ 사건으로 몰고갈 기세다. 노영민 대변인은 “용서할 수 있는 수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성폭력 수준의 발언으로 낯이 뜨거울 지경”이라며 “한나라당은 위기를 모면하려는 수준의 대응을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믿어지지 않는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으로 출당 조치로 끝날 일이 아니라 강 의원은 공직에 있을 자격이 없는 만큼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강 의원 발언 내용은 명백히 성희롱이고 성차별이며 명예훼손”이라며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도 “여성을 비하하고 전체 아나운서를 모욕한 강 의원은 지금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8개 공중파 방송사 아나운서 480여명이 가입한 연합회는 강 의원을 민·형사상으로 고소할 절차를 진행 중이며 21일 오전 10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정훈 기자 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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