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일조시간 짧아지고 계절 길이도 달라져 지구온난화가 한반도 기후를 확 바꿔 놓고 있다. 올해 이상저온으로 서늘한 봄이 이어지다가 여름철에 들어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퍼부었다.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등 계절의 길이마저 달라졌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4월의 전국 평균기온이 9.9도로 전국 평균기온 통계가 있는 1973년 이후 4월 기온으로선 가장 낮았다. 올 4월에는 월평균 하루 최고기온(15.4도)과 최저기온(4.5도)도 역대 최저였다.
8월 이후에는 집중호우성 비가 전국 곳곳에 쏟아졌다. 8월에 내린 비(374.5㎜)는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장마 기간의 강수량(304.2㎜)보다 많았다. 특히 서울에는 8월부터 9월12일까지 32일간 비가 내려 1908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자주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다.
햇빛이 구름이나 안개 등으로 가려지지 않고 지면에 도달한 시간을 의미하는 일조시간도 저온현상과 잦은 비로 인해 크게 짧아졌다. 올해 1∼8월 전국 평균 일조시간은 1290.4시간으로 200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1∼09년까지 평균 일조시간은 1398.9시간이었다.
또 올해 8월까지 평균 일조시간은 1973∼09년 평균 1486.8시간에 비해 196.4시간이나 적었다.
계절의 길이도 변하고 있다. 기상청이 1966∼2009년 춘천 기온을 측정한 결과 봄과 여름의 시작일이 각각 10일, 8일 앞당겨졌으나 가을과 겨울 시작일은 각각 7일과 2일 늦춰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 온도는 각각 5도, 20도 이상, 20도, 5도 이하다.
1910년대와 2000년대 대구지역의 계절별 지속기간을 비교하면 2000년대 들어 봄이 11일, 여름은 20일 늘었지만, 가을은 1일, 겨울은 30일 줄었다. 기상청은 2040년이 되면 1990년에 비해 여름이 9일 늘어나고 겨울이 8일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올 봄에는 온난화와 열대 태평양 수온이 높은 ‘엘니뇨’ 현상 탓에 시베리아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냉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저온현상이 나타났다.
여름에는 ‘라니냐’ 영향으로 동태평양 온도가 낮아지면서 더운 바닷물이 서태평양으로 모여들어 해수온도가 예년보다 1∼2도 높은 상태를 보였으며,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 중 수증기가 많이 모여들어 구름 생성과 강우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나기천 기자, 연합뉴스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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