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외딴섬’ 코엑스
정상회의장으로 사용된 코엑스는 요새로 변했다. 전날까지는 코엑스에 들어가려면 현관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보안검색을 받으면 됐다. 이날은 코엑스 주변을 둘러싼 연두색 펜스에서부터 출입증과 신원 확인 절차가 벌어졌다. 코엑스 주변 인도를 따라 설치된 전통 담장형 분리대 지점에서도 신분 확인 절차가 이어졌다. 출입증이 없는 시민은 코엑스 주변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코엑스 외곽은 총기 등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과 경찰견이 쉴 새 없이 순찰했다. 분리대 밖에서도 사복 경찰들이 수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한 삼성역 출입구는 경찰과 자원봉사자가 배치돼 시민들이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코엑스 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는 전날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이 몰려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1330석 규모의 취재석이 꽉 찰 정도로 취재진이 몰려들자 준비위원회는 무선랜을 긴급 가동했다. KT 한 관계자는 “어제는 취재석에 설치된 유선랜만으로도 충분했는데, 오늘은 1500명을 수용하는 무선랜 전원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평소 유동인구가 10만명에 달하던 코엑스 주변은 썰렁한 모습이었다. 인근 백화점과 상가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지하 상가 등에서 문을 연 식당도 두세 곳에 지나지 않아 행사 관계자와 기존 근무자들이 점심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습이었다.
◆통제구간 출근길 정체 극심
출근시간대에 코엑스 주변 도로는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삼성역사거리∼봉은사 구간 차로가 절반으로 줄어든 탓에 영동대로 상행선에서 삼성역사거리까지 차량이 길게 늘어서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오후 10시까지 지하철이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한 까닭에 종합운동장역에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걸어서 출근하는 회사원 행렬도 보였다.
인천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삼성역 근처 회사까지 출근한다는 우모(35)씨는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버스를 탔는데 통제 때문인지 움직이지를 않아 중간에 내려서 걸어왔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 등에서 행사장으로 운행되는 G20 셔틀버스도 꽉 막힌 차로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자 행사 관계자들이 삼성역사거리 전에 내려 걸어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트위터 등에는 “걸어서 20분이라 G20이냐”는 등의 불평의 글도 올려졌다.
이날 교통혼잡은 코엑스 주변 도로가 통제됐는데도 자동차 통행량이 크게 줄지 않은 결과였다. 경찰이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측정한 결과 코엑스 주변 포스코 앞 자동차 통행량이 지난주 같은 요일에 비해 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전날(78%)에 비해 교통량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강남지역 12곳 교통량을 보면 일주일 전에 비해 6% 줄었고, 서울 시내 전체 46곳의 교통량도 4% 감소했다. 이날 주요 지점 34곳에서 차량 자율2부제 참여율을 조사한 결과 69%로 나와 전날 62%에 비해 높았다.
◆이전 G20과 달리 폭력시위 없어
이번 정상회의는 우려한 테러는 물론이고 불법 폭력시위나 행사 방해 사례가 없는 이례적인 회의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국제행사에서는 늘 반세계화 시위대 등의 폭력시위가 이어졌다. G20의 경우 2008년 미국 워싱턴 첫 회의에서 교통통제 실패로 브라질 대표단이 만찬행사장에 80분 늦게 도착했고,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회의에서는 1만명이 참가한 폭력시위가 발생해 1057명이 체포됐다.
이번에는 민주노총 등 국내 80여개 단체와 외국인 활동가 100여명이 11일 반대집회를 열었으나 신고된 장소 밖으로 불법 진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집회 자체도 예상 시간보다 일찍 끝났다.
코엑스 주변에서도 이틀 동안 기습적인 1인 시위가 몇 차례 이어졌을 뿐이다.
나기천·유태영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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