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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잇는 사람들] <24>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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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18 21:06:00 수정 : 2011-01-18 2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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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자비를 탱화에”… 혼신다해 그리며 수행하며 “불화를 그리려면 불교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림만 잘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종교적인 것을 담아내야 합니다. 사람들은 탱화 앞에서 기도하고 절을 올립니다. 탱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흥을 줄 수 있습니다.”

섬세한 붓질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씨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불화 전수관에서 세필 붓으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그리고 있다. 40여년을 하루같이 불화를 그린 그는 “시력도 나빠지고 몸도 휘어 허리와 관절이 아프지만 불화를 그리는 것은 천직이라 생각하기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경기도 고양시 불화 전수관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64)씨를 만났다.

임씨는 소년이었을 때 불심(佛心)이 깊었던 어머니를 따라 자주 찾던 천년 고찰 수덕사에서 불화, 불상, 단청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불교미술이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서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佛心 갖고 세필 붓을 잡은 임석환 장인의 큰 손은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움직인다. 그는 ‘불심’을 가지고 불화 작업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무살 되던 해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임씨는 은평구 진관사에서 불교미술의 대가였던 혜각 스님을 만나면서 불화와 첫 인연을 맺게 된다.

“스님을 따라 전국 사찰을 다니며 단청을 배웠습니다. 사찰이 산속에 많다 보니 전기도 없고 교통도 나빠 왕래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당시 단청작업은 공동 작업이었는데 동료들이 자는 시간에 촛불을 켜 놓고 밤새 혼자 불화를 그렸습니다.” 

십장생도 십장생도는 상상속의 선계(仙界)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이를 지켜본 경남 하동 쌍계사 혜암 스님의 제안으로 임씨는 쌍계사에서 본격적으로 그림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스님의 지도에 따라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그림과 함께했습니다. 당시 연습한 그림이 3000장은 될 겁니다. 승복을 입고 스님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불화를 그리는 것이 불자의 수행과 같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다양한 색깔 불화 제작에 사용되는 다양한  ◇산신탱화 호랑이와 함께 있는 산신령의 모
색깔의 안료.                                                             습이 인자해 보인다.
“불화는 붓 손질 한번, 선 하나에도 정신과 혼을 담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처님의 자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많은 훈련을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불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생계의 수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수행의 자세로 다가가야 합니다. 또한 시대의 문화재를 그린다는 생각으로 열정과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임씨가 제자들에게 언제나 강조하는 말이다.

목단도 임석환 장인의 아름다운 민화작품 ‘목단도’.
임씨의 제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예전에는 여자들이 불상 근처에 가는 것도 금기시했기 때문에 여자가 불화를 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불화를 그리는 분들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시대의 흐름이고, 사람들이 생각이 깨인 거라 생각합니다.” 제자들 중에는 임씨의 딸인 경미(38)씨와 아들 일섭(35)씨도 있다.

병풍 선비들의 공부방과 서당에 놓여져 있었다는 책가도 병풍.
“제 작품과 다른 분들의 작품을 걸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불화를 접하게 하고 싶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불교미술 박물관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소망을 밝히는 임씨의 얼굴에선 장인의 모습 이전에 불자의 평온함이 엿보였다.

사진·글 송원영 기자 so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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