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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줌마는 무엇을 원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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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2-16 09:03:06 수정 : 2011-02-16 0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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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서울에서 길가는 외국인이 ‘미안하다’는 말없이 다짜고짜 무엇인가를 물어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니,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이 한국의 어느 가게에 들어 가 다짜고짜 사고 싶은 물건을 보여 달라고 한다면 가게 주인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한국의 ‘감사 합니다’란 말과 독일의 ‘Danke schön(감사합니다)’이란 말은 무엇이 다른지 모르지만 서양에서는 ‘감사하다’라는 말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Entschuldigen Sie, bitte!’{실례(미안)합니다} 또한 많이 듣는 단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인색하게 사용하는 단어들일지도 모른다. 독일어를 사용할 때 ‘Danke!'나 ’Entschuldigung!‘은 쉽게 하지만 한국어를 사용할 때 같은 뜻인 ’감사와 실례‘라는 표현은 그보다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결코 감사와 실례를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표현문화의 차이라고나 할까?

낯선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물어 볼 때가 있다. 그런데 가끔은 대답대신 “Entschuldigen Sie, Bitte!(실례합니다)"를 반복하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또 다시 물어 봐도 역시 같은 대답만을 한다. 결국 그가 시키는 대로 “Entschuldigen Sie, Bitte!"를 따라한 후에라야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 을 수 있다. 무엇을 물어보기 전에 먼저 예의를 갖추라는 뜻을 이해하고는 미안하기도 하지만 ‘외국인 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야속함에 머쓱해지기도 한다. 문화적으로 길손에 대한 친절을 미덕으로 생각하기에 그렇지 않은 이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사고인 것 같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Rüdesheim의 Drosselgasse 골목

제주도의 한라소년합창단이 라인 강변의 Weisel이란 마을을 찾아 2년마다 공연을 한다. 공연이 끝난 그들과 1월 어느 일요일, 라인 강변의 관광지인 뤼데스하임을 찾았다. 겨울에다가 일요일이라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아 썰렁하기만 하였다. 멀리 Drosselgasse 골목 입구에서 무엇인가를 찾은 기쁨의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불은 밝혀 놓았지만 문은 닫혔으리라 생각하였다. 잠시 후 한 분이 나를 찾았다. 좀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상점은 열려 있었고 진열되어 있는 하모니카를 보고 그것을 사고 싶어 들어갔지만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하였다.

문제는 바로 결례였다. 독일인다운 표정을 짓고 있던 주인장은 인사부터 해야 한다고 투덜거린 후, 이미 준비 해 놓은 하모니카를 보여 주었다. 영어가 조금은 서툴렀던지, 아니면  우리네 일상처럼 하모니카를 보고 반가운 나머지 무턱 대놓고는 그것을 보여 달라고 하였던가 보다.

하나같이 독일인 다운 표정이다. 하지만…

“독일 아줌마! 원하는 것이 뭐요? 물건을 팔자는 거요? 아니면 배가 부른 거요?” 라고 입술을 닫은 체, 볼 맨 소리를 하며 하모니카를 받아들고 나왔다.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갔다가 거절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이 곳! 물건을 사고도 살 수 있게 해 준 것에 감사하는 이들의 사고는 분명 우리와 다른 모습이다.

과연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손님은 왕이다’가 아니라 ‘지켜야 할 것을 지킨 손님만이 왕이다’ ‘예절을 갖춘 손님에게만 물건을 판다’로 바꾸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곳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고 또한 살아가고 있다.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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