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시위소식 급속 확산…당국 주동자 색출 등 나서
감시원 늘려 주민 통제 주력…공권력 강해 영향 작을 듯 북한 당국이 리비아 등 중동지역의 ‘재스민 혁명’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매체 열린북한방송은 25일 양강도 혜산시 일부 지역에 “국제적으로 독재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니 북한 주민들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보라”는 내용의 전단이 다량 뿌려졌고, 당국은 주동자를 색출하며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주민들에게 이집트와 리비아의 민주화 소식이 전해짐에 따라 당국이 장마당(시장)과 대학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양강도 혜산시의 한 대학생은 RFA에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연쇄적인 주민폭동이 일어나 정권이 뒤집히고 있다는 소식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면서 “각 대학마다 한 명씩이던 보위지도원을 4명으로 늘리고, 대학 담당 보안원들도 새로 배치해 기숙사 등에서의 활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점검은 그동안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해왔으나, 이제는 보위지도원과 보안원(경찰)도 참가해 학생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RFA는 덧붙였다.
민주화 시위 소식은 평양에 있는 친척과 집전화 혹은 휴대전화로 통화할 수 있는 주민을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고 RFA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등 통신을 차단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시의 소식통은 RFA에 “(당국이) 휴대전화를 차단한 것은 물론이고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집전화도 당분간 차단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장사를 막거나 물건을 압수하는 일은 없지만 장마당에 보안원과 경무관(헌병)이 쫙 깔렸다”며 장마당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분위기를 전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현지 주민과 통화한 국내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양강도에서는 전화가 차단될 뿐 아니라 보안당국이 중국 방송을 차단하기 위해 TV 리모컨과 셋톱박스도 압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이 북한 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북한 공권력의 사회 장악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반체제 움직임을 잡아내는 탐지력과 제거 능력이 어느 체제보다도 막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아직까지 외부 정보에 대한 반감이 크고 당국에 순응적인 성향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변화를 추동할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장기 독재정권, 경제난, 계층구조의 심화 등 체제 변동이 초래될 만한 필요조건은 갖춰가고 있지만 변동을 촉발할 수 있는 충분조건, 즉 주민들의 의식화, 정보 유통, 새로운 정보의 계속적인 유입 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평양의 봄’은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북한은 아직 변화의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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