볏짚·건초 등 방치 또 감염 우려
공무원 태부족 침출수 관리도 벅차 “묻어주기만 하면 뭐합니까. 처음엔 (정부에서) 다 해줄 것처럼 하더니 이젠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예요.”
지난달 28일 경기 연천군 장곡읍 양원리의 한 구제역 피해 농가에서 만난 주민들은 정부의 구제역 ‘날탕 대책’을 질타했다. 양원리에서는 소와 돼지 1만마리가 매몰처리됐다. 하지만 상당수 피해 농가 주변에는 가축과 함께 매몰·소각처리돼야 할 사료 부대나 건초, 볏짚 등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약속과 달리 이런 부산물 처리에는 소홀한 탓이다.
방역 당국이 구제역 가축 처리나 2차 환경오염을 우려한 매몰지 침출수 대책에만 급급하면서 부산물 관리에 허점이 생기고 있다. 바이러스로 옮기는 구제역 특성상 감염된 가축과 관련된 사료부대나 건초 등을 방치하면 또 다른 구제역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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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군의 한 농가 축사에 구제역에 걸린 소들이 사용하던 볏짚 등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2차 감염 우려를 낳고 있다. |
그러나 현장 사정은 다르다. 양원리 한 피해 농가 주민(52)은 농장 주변에 쌓인 볏짚을 가리키며 “정부에서 축분과 사료, 볏짚 등을 다 처리해준다고 하더니 연락이 없다. 거기에도 다 균이 있다고 하던데…”라며 “처음엔 다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장비 지원도 안 해주면서 요즘은 각 농장에서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웃 김모(62)씨는 “보상금도 가축을 처분한 대가이지 부산물 뒤처리하라고 준 돈은 아니지 않냐”며 “이런 것에 또 돈이 들어가면 우리 같은 사람은 정말 뭐 먹고 살라는 말이냐”고 거들었다.
침출수 등 매몰지 관리에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는 지난달 13일 ‘매몰지 관리 공무원 실명제’ 대책을 내놓았다. 매몰지별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관리 현황을 매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 인력과 장비는 부족해 관리를 제대로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연천군청 관계자는 “담당자 6명이 관리할 매몰지에만 3000마리가 넘는 소·돼지가 묻혔다. 다들 연말 이후 하루도 못 쉬었고, 다른 업무들도 많아 거의 매일 야근을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연천=글·사진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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