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조각가란 이름으로 세상에 첫걸음을 떼는 김선혁(28)씨다. 예술 활동이란 것이 즐겁고, 하고 싶다고 해도 한 젊은이가 작가의 길을 택하기엔 현실은 그리 녹록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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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to happiness’. |
“무언가를 고뇌하고, 이야기를 담고, 작품으로 보여줄 때 관람자에게 저의 생각과 마음들이 전해지는 것. 이것의 즐거움이 현실적 고통과 어려움보다 크게 작용할 때 작가를 해보겠다는 용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다 해도 현실의 벽은 견고하기만 했다. “개인전 준비 비용에 1000만원이 우습게 나갔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모두 쏟아붓고도 모자라 대출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는 전시 작품이 팔릴거란 생각을 안 한다. 첫 개인전 작가의 작품을 사주는 이도 거의 없다. “꾸준한 전시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해 나갈 작정입니다. 저의 감성으로 관람자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어야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그는 입시학원 강사와 기성작가 어시스턴트를 하며 작업비용을 충당해 왔다. “밤늦게서야 제 작업의 시간이 허락되니, 행여 작업에 대한 열정이 식을까봐 걱정도 됩니다. 일견 무모해 보일 수 있지만 젊음이라는 시간의 무기가 있기에 크게 두렵진 않아요.”
그는 지금 그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그만의 ‘내공 쌓기’라고 했다. “성급함은 금물인것 같아요. 많은 신진 작가들의 오류 중 하나가 빨리 주목받기 위해 트렌드에 맞는, 획기적인 아이템에만 치중하는 것 같아요.” 아이템은 다 쓰면 없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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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품 마무리작업에 한창인 김선혁 작가. 그는 “행복해지는 법과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는 법을 터득해 가는 과정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잘나가는 작가, 그렇지 못한 작가를 떠나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작업으로 풀어내는 모습들은 제겐 용기가 되고 어깨 너머 스승이나 다름없지요.”
넉넉한 것은 없어도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 확실한 꿈이 있다는 것,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저에겐 축복이고 감사지요. 작품에서도 그것이 뿜어져 나오길 바래요.”
그는 9∼15일 서울 관훈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자신의 작품을 일반에 첫선을 보인다. 나무 등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을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식물의 생명력을 삶에의 의지, 기쁨, 환희, 기대감, 설렘, 행복 그리고 인내, 유연함, 순응, 관대함 등 현대인에 요구되는 긍정적 삶의 태도로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지금 그가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이슈와 화제를 몰고 다니는 작가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 노력하는 열정을 가진 ‘영원한 신진작가’로 남고 싶습니다.” 물감을 아끼면 그림을 못 그리듯이, 꿈을 아끼면 인생의 캔버스에 성공을 그리지 못하는 법이다. 청년실업시대에 작가로 살아가겠다는 그의 꿈이 아름다운 이유다.(02)734-1333
편완식 선임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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