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우리 공군의 F-X 사업과 T-50 수출을 연계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방침이다. 노대래 방사청장은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스텔스기 도입 기종이 미국의 F-35로 결정되면 T-50을 절충교역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절충교역은 해외 무기를 구매할 때 우리 무기의 맞수출 등 반대급부를 받는 거래 방식이다.
마침 미 공군의 훈련기 선정 시기도 우리 군의 F-X 선정 시기(2012년 10월)와 가까워 우리가 절충교역 협상을 벌일 조건도 좋다. 미 공군은 보유 중인 T-38 훈련기 300여대를 2012년까지 운용할 계획이다. 현재는 T-38을 수리·보완해 사용할지, 신형기를 도입할지를 고심하는 상태이며, 내년 초까지 고등훈련기 획득사업(T-X) 추진 방향을 결정한다. 일부 보완한 T-38이 자꾸 문제를 일으켜 신형기 도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이 새 훈련기를 도입할 경우 2014년까지 기종을 선정하고 2017년부터는 고등훈련기 350대, 전술입문기 100∼15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 F-X 후보 기종을 개발한 모든 나라에 T-50을 절충교역 대상으로 하는 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50을 생산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 공군을 상대로 활발한 마케팅 작업을 벌이고 있다. KAI 관계자는 “미 공군의 신형 훈련기 도입 사업에 대비해 미 공군과 접촉하고 있다”면서 “T-50을 공동 개발한 미국 록히드마틴과 연계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공군 조종사 평가단 4명은 지난해 9월 광주 T-50 훈련장을 방문해 훈련기에 탑승해보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T-50 수출에는 박종헌 공군참모총장까지 지원에 나섰다. 박 총장은 12일 게리 노스 미 태평양군공군사령관과 제프리 레밍턴 미7공군사령관 일행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T-50이 미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로 선정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고 국방일보가 전했다.
미 고등훈련기 시장을 놓고 T-50과 경쟁을 벌이는 기종은 이탈리아의 M-346과 영국의 호크 128이다. 미국에 T-50 500대를 수출하면 그 규모는 100억달러 이상이 된다. 하지만 T-50의 주 계약·판매자는 록히드마틴이다. 미 방위산업의 ‘바이아메리칸(미국산 구매)’ 정책 때문이다. 이 때문에 KAI는 완제기가 아닌 부품을 수출하고 미국에서 이를 조립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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