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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아이마라어 유사한 점 많아 전문기관 나서 사업 맡아야”

입력 : 2011-04-26 01:06:22 수정 : 2011-04-26 0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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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전파 주역’ 김홍락 볼리비아 대사 “볼리비아 아이마라족에 대한 한글 전파 사업의 기초가 잡혔으니 이제 전문 한글 교수 전문기관이 나서 협력사업으로 성숙시켜야 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근처에서 만난 김홍락(사진) 주볼리비아 대사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2008년 볼리비아에 부임한 김 대사는 지난해부터 혼자 200만명에 달하는 원주민 아이마라족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김 대사가 한글 교육에 뛰어든 것은 부임 뒤 모랄레스 대통령이 탈식민지화 정책을 펴면서 원주민어에 로마자 대신 새로운 표기문자를 찾는 것을 알고부터다. 그러나 1998년 환란 이후 폐쇄됐던 대사관을 안정화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에게 가욋일인 한글 교육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과 외교부장관 등을 두루 만나 한국과의 협력 부분과 한글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첫발은 외교부 의전장 주선으로 수도 라파스의 한 가정집에서 한글 수업을 여는 데서 시작됐다. 그는 “토요일 한 시간 강의를 하는데 학생 40여명의 눈빛을 보면 그만둘 수가 없었다”면서 “특히 글을 모르던 노인들이 한 시간 수업이 끝난 뒤 한글로 자기 이름을 쓰는 걸 보면서 흐뭇했다”고 회고했다.

아이마라족 출신 외교부장관의 고향인 티티카카호수 근처 마을에서도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호응이 좋다. 그동안의 수업 과정에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글 교본도 완성했다.

한글 교육 종강 기념식 볼리비아 대사관이 작년 개최한 한글 교육 종강 기념식에 한글 자음, 모음이 담긴 펼침막이 걸려 있다.
주볼리비아 한국대사관 제공
한글 전문가는 아니지만 1년여의 경험상 김 대사가 보기에 아이마라어는 한글과 유사점이 많다. 이제는 볼리비아에서의 한글 교육이 개인의 노력을 떠나 좀 더 학술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게 김 대사의 지론이다. 김 대사는 “제가 적어서 읽어보면 현지 사람들이 다 이해하더라. 물론 새소리 같은 의성어까지 다 표현하긴 힘들겠지만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들이 참여해 보완해나가면 된다”면서 체계적인 한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4박5일 일정으로 잠시 귀국한 김 대사는 그래서 서울대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방문 등 한글 전파와 관련한 일정을 촘촘히 집어넣었다.

우호적인 현지 분위기도 김 대사에겐 큰 힘이다. 김 대사에 따르면 지난해 축구를 좋아하는 모랄레스 대통령이 운동 중 인대를 다쳐 요양 중이었는데, 김 대사 권유로 한국인 침술사의 침을 맞고 바로 계단을 오르내릴 정도로 호전됐다. 이때 김 대사는 대통령에게 “침술이 한국의 몇 천년 된 전통의술인데 볼리비아에서도 배우면 일자리 창출도 되고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결국 올해 산 안드레스 국립대학에 침술학과 설치 계획이 발표됐다.

글=조병욱, 사진=이종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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