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미·일 신안보 선언 마련 작업에 관여하면서 미국 내 지일파로 자리매김했다. 국무부 아태 차관보로 임명된 이후 일본을 너무 자주 방문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2009년 9월18일 도쿄에서 사이키 아키타카(齊木昭隆)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마주 앉았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일 미 대사관의 비밀전문에 따르면, 사이키 국장은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개정이 예정된 가운데 독도 영유권 등과 같은 역사 문제가 가까운 장래에 한·일 양국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이 과정에) 미국은 개입돼선 안 된다고 ‘충고(recommend)’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
캠벨 차관보는 3월 미 상원 외교위 주관으로 개최된 북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국은 한반도 현안을 넘어 국제적 현안에서 미국과 기꺼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는 극소수 나라 중 하나”라고 ‘한국 예찬론’을 폈다. 미국이 한·일 역사 갈등 과정에서 계속 일본의 ‘충고’만 따른다면 그의 한국 예찬론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사이키 국장의 언급으로 미국의 한·일 분쟁 불개입 정책이 만고불변의 정책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일본은 미국의 불개입주의를 유지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데, 한국 정부는 왜 수수방관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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